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일 '박주신 병역법 위반 고발시민모임'이 박 씨를 고발한 사건을 공안2부(김신 부장)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는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관련해 주신씨가 척추 MRI를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으로 제출해 병역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고발인의 주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2011년 박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처음 제기됐다. 2012년, 주신 씨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엠알아이(MRI)를 찍는 등 공개 검증을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보수단체들은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정치권이 선거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는 박 시장 관련 해묵은 논란에 검찰이 손을 댔다는 것 자체로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검찰, 야권 겨냥 전방위 수사 포문 여나?
결국 극우·보수단체들이 제기한 박 시장 관련 의혹에 검찰이 나서게 됐는데, 그 배경이 공교롭다. 주신 씨에 대한 수사 배당이 알려진 1일,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정치권, 공직 사정 수사 강화를 지시했다. 지난 7월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김 장관이 두달 만에 내놓은 첫 사정 기획인 셈이다.
김 장관은 "부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공직 비리, 중소기업인·상공인을 괴롭히는 범죄, 국가재정 건전성 저해 비리, 전문 분야의 구조적 비리 등 4대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점은 공직 비리에 찍혀 있다. <중앙일보>는 법무부의 한 관계자가 "수사의 초점이 기업 비리에서 공직자 비리 등에 맞춰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정 기획은 청와대와 교감 없이 진행되기 힘들다. 올 초 시작된 경남기업, 포스코, 농협 등에 대한 대대적인 기업 사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서면서 수사 역량을 공직 비리 척결에 집중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의 발언 이후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각종 수사를 빈틈 없이 추진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날 공개된 것이 박 시장의 아들에 대한 수사 배당이다. 곧이어 검찰은 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박 시장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안2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여야 균형을 맞추는 듯한 행태다.
이와 함께 특별수사4부(배종혁 부장)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한 중진 의원의 입법 로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신계륜, 신학용 의원이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된 상황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2년형을 받은 사실 등, 야권은 '검찰발' 타격으로 크게 휘청이고 있다. 박 시장에 대한 수사까지 겹치면서 야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최근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보강했다.
새누리당, '박원순과 싸움' 선전포고
박 시장에 대한 수사가 공교로운 이유는 또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내년 총선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김 의원은 "박 시장이 재임한 4년 동안 서울은 바닥까지 활력이 떨어졌는데, 이제야 한다는 일이 시민안전을 무시한 서울역 고가차도 수목공원화 사업 같은 것"이라며 박 시장을 비난했다.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가 수도권인만큼 박 시장의 힘을 빼 놓는게 여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에는 현역 의원이 대거 당직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원외위원장 중심으로 조직이 짜여져왔다는 데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미 이노근 의원 등 새누리당에는 박 시장 '저격수'가 포진해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서울역 7017프로젝트)' 사업을 두고 "박 시장이 대권 도전에 눈이 멀어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이 박 시장을 겨냥하는 '목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이미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한 보수단체가 박 시장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당시 정부의 비상식적인 메르스 정보 비공개 방침에 반기를 들고 메르스 환자 동선 정보를 공개했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박 대통령은 박 시장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자체의 독자 대응은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부터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는 말들이 나왔다. (☞관련기사 : 朴 대통령, 박원순 면전서 "독자 대응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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