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에너지회사 비리 스캔들이 도화선…여권 광범위한 연루에 분노한 국민
가톨릭·재계 탄핵 반대 힘입어 "최대 고비 넘었다" 조심스런 전망도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에서 반정부ㆍ반부패 시위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전국 규모의 시위만 벌써 3차례나 발생했고, 독립 기념일인 7일에도 시민ㆍ사회 단체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시위대는 올 1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주장하며 정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 내 240여개 도시뿐 아니라 외국에 거주하는 브라질 이민자들도 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제1야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아에시우 네비스 대표는 "현 정부의 부패, 비리와 거짓말에 분노하는 국민은 모두 나서야 한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호세프 정부에 대한 여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8%, 보통 20%, 부정 71%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에도 찬성 66%로, 반대 의견(28%)을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 혼란에 경제 파탄 겹쳐 "오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가중되는 정치 혼란에 경제 침체까지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브라질 검찰이 대형건설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페트로브라스에 막대한 뇌물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고, 이 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현재 집권 여당인 노동자당 소속 상원의원 13명과 하원의원 22명, 주지사 2명 등이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국민들의 분노는 호세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대통령직 사임을 생각해본 적 없다"며 긴급 각료회의를 주최하는 등 정국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번 불붙은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좌파 진영 결집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 최대 규모 노동단체인 중앙노동자연맹과 토지없는 농민운동, 전국학생연합 등 전통적 좌파 단체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좌파계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여권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비리 스캔들에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경제여건도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제도 위기 국면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9% 마이너스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4분기 -3.91%이후 가장 부진한 성장률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제 침체 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브라질 경제는 1930, 3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무엇보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이 주수입원인 브라질은 중국 경제 둔화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중국의 수입량이 줄어들자 당장 브라질이 타격을 입고 있다.
또 역대 최악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정치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는 브라질 내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브라질 내 국외 투자는 무려 12%나 하락했다.
통화 '헤알'의 가치는 올해만 25%나 급락, 미국 달러를 빌렸던 브라질 업체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헤알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다소 힘을 줄 수 있지만, 하락 폭이 너무 커 경기 침체 자체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기에 소비심리 마저 얼어붙으면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 소비심리지수는 80.6까지 떨어졌다.
사태 수습을 위한 브라질 정부의 노력
상황이 악화되면서 브라질 정부도 공공부문 지출을 감축해 재정수지 흑자로 돌리고 기업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등 경제 회복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실업률은 8.3%를 넘어섰고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실직자가 무려 50만명에 이른다.
브라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내년 증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야권은 물론, 연립정권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305억 헤알(약 9조9,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적자 보전 방안으로 ▦주요 소비세 증세 ▦교육ㆍ복지 분야 지출 축소 방침을 세웠다. 이 경우 가뜩이나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 국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은 경기침체에 돌입했다"라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일 이어지는 집회와 시위로 치안 유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치안 불안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5.4%에 해당하는 2,580헤알(약 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브라질을 떠나는 이민자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브라질 내 유대인은 10만명을 조금 넘는데, 해마다 브라질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유대인은 200~250명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500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신문은 "유대인들이 브라질을 떠나는 이유는 반유대주의 때문인 아닌, 대도시 범죄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 내 부유층에 속하는 유대인들이 대도시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이스라엘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다.
브라질 위기 장기화… 긴장하는 남미 좌파 정권들
브라질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이웃 남미 좌파 정권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남미 최대국 브라질 좌파정권의 위기가 2000년대부터 지역에 형성된 '좌파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남미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 정권이 집권 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되고 노동자당(PT)이 무너지면 당장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정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TV연설에서 "향후 수개월 안에 브라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미국이 좌파 정권 위주의 남미에서 보수 우파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배후 조종을 한다는 것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브라질 노동자당 정권이 제국주의 쿠데타의 목표가 되고 있다"며 최근 반정부 시위와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남미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브라질 대선 때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보수우파 진영의 시도가 있었다"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남미국가연합,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미에서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 아르헨티나(2003), 우루과이(2004), 칠레ㆍ볼리비아(2005) 등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어 베네수엘라(2012), 에콰도르(2013)에서도 잇따라 좌파 후보가 당선되며 대세론을 이어갔다.
탄핵이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브라질 정치ㆍ경제ㆍ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계는 현 정부에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가톨릭주교협의회(CNBB) 레오나르두 스테이네르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탄핵 주장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반정부 시위를 "정치 개혁 및 정부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라고 규정하고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라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가톡릭계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 정치권의 부정부패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도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 오히려 더 극심한 불안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브라질경제인연합회(CNI)는 "최근까지 진행되는 상황은 대통령 탄핵 이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검찰이 호세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 하원의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흐름이 반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현행법상 대통령 탄핵안을 제의하려면 연방 하원의원 513명 중 절반 이상인 257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342명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통과된다. 그런데 쿠냐 하원의장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상, 대통령 탄핵 주장이 추진력을 갖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브라질 정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쿠냐 하원의장은 로비스트들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야권과 사회단체의 탄핵 주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대통령실도 "최대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역대 최악의 여론 평가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시민ㆍ사회단체에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야권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가톨릭·재계 탄핵 반대 힘입어 "최대 고비 넘었다" 조심스런 전망도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브라질에서 반정부ㆍ반부패 시위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전국 규모의 시위만 벌써 3차례나 발생했고, 독립 기념일인 7일에도 시민ㆍ사회 단체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시위대는 올 1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주장하며 정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 내 240여개 도시뿐 아니라 외국에 거주하는 브라질 이민자들도 현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제1야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아에시우 네비스 대표는 "현 정부의 부패, 비리와 거짓말에 분노하는 국민은 모두 나서야 한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가중되는 정치 혼란에 경제 침체까지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브라질 검찰이 대형건설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페트로브라스에 막대한 뇌물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고, 이 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현재 집권 여당인 노동자당 소속 상원의원 13명과 하원의원 22명, 주지사 2명 등이 무더기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국민들의 분노는 호세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대통령직 사임을 생각해본 적 없다"며 긴급 각료회의를 주최하는 등 정국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번 불붙은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좌파 진영 결집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 최대 규모 노동단체인 중앙노동자연맹과 토지없는 농민운동, 전국학생연합 등 전통적 좌파 단체 대표들을 잇따라 만나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좌파계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여권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비리 스캔들에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대외 경제여건도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제도 위기 국면이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9% 마이너스 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4분기 -3.91%이후 가장 부진한 성장률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제 침체 국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브라질 경제는 1930, 3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무엇보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이 주수입원인 브라질은 중국 경제 둔화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중국의 수입량이 줄어들자 당장 브라질이 타격을 입고 있다.
또 역대 최악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정치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는 브라질 내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브라질 내 국외 투자는 무려 12%나 하락했다.
통화 '헤알'의 가치는 올해만 25%나 급락, 미국 달러를 빌렸던 브라질 업체들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헤알화 가치 하락이 수출에 다소 힘을 줄 수 있지만, 하락 폭이 너무 커 경기 침체 자체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기에 소비심리 마저 얼어붙으면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 소비심리지수는 80.6까지 떨어졌다.
사태 수습을 위한 브라질 정부의 노력
상황이 악화되면서 브라질 정부도 공공부문 지출을 감축해 재정수지 흑자로 돌리고 기업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등 경제 회복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실업률은 8.3%를 넘어섰고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난 7월 말까지 실직자가 무려 50만명에 이른다.
브라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내년 증세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야권은 물론, 연립정권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305억 헤알(약 9조9,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적자 보전 방안으로 ▦주요 소비세 증세 ▦교육ㆍ복지 분야 지출 축소 방침을 세웠다. 이 경우 가뜩이나 경제난에 시달리는 브라질 국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은 경기침체에 돌입했다"라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일 이어지는 집회와 시위로 치안 유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치안 불안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5.4%에 해당하는 2,580헤알(약 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브라질을 떠나는 이민자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브라질 내 유대인은 10만명을 조금 넘는데, 해마다 브라질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유대인은 200~250명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500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신문은 "유대인들이 브라질을 떠나는 이유는 반유대주의 때문인 아닌, 대도시 범죄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 내 부유층에 속하는 유대인들이 대도시 신변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이스라엘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다.
브라질 위기 장기화… 긴장하는 남미 좌파 정권들
브라질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이웃 남미 좌파 정권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남미 최대국 브라질 좌파정권의 위기가 2000년대부터 지역에 형성된 '좌파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남미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 정권이 집권 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되고 노동자당(PT)이 무너지면 당장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정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TV연설에서 "향후 수개월 안에 브라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다. 미국이 좌파 정권 위주의 남미에서 보수 우파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배후 조종을 한다는 것이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브라질 노동자당 정권이 제국주의 쿠데타의 목표가 되고 있다"며 최근 반정부 시위와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남미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좀더 구체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브라질 대선 때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보수우파 진영의 시도가 있었다"며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남미국가연합,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미에서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 아르헨티나(2003), 우루과이(2004), 칠레ㆍ볼리비아(2005) 등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어 베네수엘라(2012), 에콰도르(2013)에서도 잇따라 좌파 후보가 당선되며 대세론을 이어갔다.
탄핵이 위기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브라질 정치ㆍ경제ㆍ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계는 현 정부에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가톨릭주교협의회(CNBB) 레오나르두 스테이네르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탄핵 주장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반정부 시위를 "정치 개혁 및 정부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라고 규정하고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라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가톡릭계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 정치권의 부정부패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호세프 대통령 탄핵은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계도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 오히려 더 극심한 불안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브라질경제인연합회(CNI)는 "최근까지 진행되는 상황은 대통령 탄핵 이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검찰이 호세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 하원의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흐름이 반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현행법상 대통령 탄핵안을 제의하려면 연방 하원의원 513명 중 절반 이상인 257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342명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통과된다. 그런데 쿠냐 하원의장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상, 대통령 탄핵 주장이 추진력을 갖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브라질 정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쿠냐 하원의장은 로비스트들로부터 500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야권과 사회단체의 탄핵 주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대통령실도 "최대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 대한 역대 최악의 여론 평가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시민ㆍ사회단체에서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야권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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