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로 예상보다 빨리 진입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 현상과 중국의 추격이 20년 전 불황기에 본격 진입하던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최근 예상보다 심각한 한국의 수출부진과 가계 소득감소로 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전년동기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3.9%를 정점으로 5분기 동안 단 한차례의 반등도 없이 하락세를 보여 올 2분기에는 2.2%까지 떨어졌다. 전기대비 성장률은 작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고 2분기엔 0.3%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GDP 비중이 60%에 달하는 수출이 하반기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8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4.7%나 감소했다. 이는 8월을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9년(-20.9%) 이후 6년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물론 올 8월에는 14일 임시공휴일에 따른 감소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문제는 대외여건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경기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쇼크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비중은 25%에 달하며,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와 중국을 포함하면 수출의존도가 56%에 달한다.
더구나 중국은 부품과 원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국산대체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그 동안 가공무역에 의존해온 한국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의 경기가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한국의 수출도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집중되면서 전세계 신흥국들이 몸살을 앓는 등 대외불확실성이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예를 볼 때 미국이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이는 향후 2~3년 동안은 신흥국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 기간 동안 한국 금융시장이나 수출도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내수인데, 올 2분기 국민소득이 4년 반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민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돼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30% 내리고 코리아 그랜드세일, 가을철 관광주간 설정, 가을휴가 활성화 등 상당히 파격적인 내수촉진책을 내놓았다. 11조6000억원의 추경 카드에 이은 강력한 부양책이었다.
하지만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세금혜택과 가격할인을 통한 내수촉진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당장 자동차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200만~400만원까지 내려가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개별소비세 인하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에는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서도 경기불황이 본격화하자 내수를 살리기 위해 소비세를 인하하고 심지어 상품권을 나눠주기까지 했으나 소비위축의 큰 흐름을 꺾지는 못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이미 1130조원에 달한 막대한 가계부채와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 조기은퇴와 준비 안된 노후에 대한 불안,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 등이 팽해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트렌드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미 한국경제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로 서서히 진입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우려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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