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기소 탓 국정원 직원 항소심도 무죄
1심 판결 뒤 한겨레 보도로 댓글 700건 확인
검찰 스스로 판단하고도 최종 10건만 포함
검찰 “봐주기 없었다…상고 여부 고민할 것”
1심 판결 뒤 한겨레 보도로 댓글 700건 확인
검찰 스스로 판단하고도 최종 10건만 포함
검찰 “봐주기 없었다…상고 여부 고민할 것”
국가정보원 전 직원 유아무개(인터넷 필명 좌익효수)씨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원이 또다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의 ‘봐주기 기소’가 빚은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유씨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가 유씨에 대해 무죄 판단을 한 결정적 근거는 그가 쓴 정치개입성 댓글이 10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언론기사에 10건의 댓글을 단 정도의 행위를 갖고 ‘선거운동 등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도 같은 이유로 유씨의 국정원법 위반 여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1심 판결 나흘 뒤, 실제로 유씨가 쓴 선거개입 댓글은 10건이 아닌 700여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단독] ‘좌익효수’ 댓글 수백건 중 10건만 기소했다)를 통해 드러났다. 2013년 유씨를 수사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은 유씨가 작성한 댓글 수천건 중 선거개입성 댓글을 700여개로 분류해 인계했지만, 이를 넘겨받아 유씨를 최종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단 10개(2012년 12월 대선 관련 4건, 2011년 보궐선거 관련 6건)만 선거개입 댓글로 분류한 것이다.
700여건의 댓글에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 뿐만 아니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방글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야권 후보단일화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대한 비방 글 등도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총선·대선 관련 지시 사항을 내린 직후 등에 댓글이 집중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발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 6월 유씨에 대해 항소하면서 댓글을 추가하는 등 범죄 혐의를 확대하지 않고 정치개입 댓글 10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원이 기존 판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법원은 기소된 내용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범죄사실을 바꿨다면 판단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6월 유씨의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도, 2년여 뒤인 지난해 11월에야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유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유씨 말고도 댓글 활동을 한 다른 국정원 직원 3명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이들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 뒤 유씨의 댓글을 다시 판단했지만 선거운동으로 의율해 범죄사실에 추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댓글 건수가 선거법 위반 여부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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