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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8, 2016

박 대통령 점점 더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89
박 대통령, 김한정 의원 전체발언 맥락 안읽고
“북한 주장과 맥락 같은 황당한 주장” 색깔론만
오늘 비서관회의 발언은 ‘국민 입 봉쇄’ 공개선언
사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사드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을 뽑아서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사드처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그들이 잘 결정해서 처리할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드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발언을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좀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그것도 발언의 내용을 비틀어서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사드 배치로 사실과 다른 얘기들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누차 밝힌 바 있듯이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이다. 북한은 올해만도 스커드와 무수단, 노동 미사일 등을 수십발 발사했고 지난 3일에도 노동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은 국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자위권적 조치인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금 정부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고 외교적으로도 북한의 핵 포기와 우리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방문해서 얽힌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저는 매일 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 부디 정치권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일에는 함께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김한정 의원
김한정 의원
여기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정치권 일부’는 누구를 말한 것일까요?
더불어민주당의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입니다.
김한정 의원은 지난 3일 김현권 소병훈 표창원 등 같은 당의 다른 의원 7명과 함께 성주군청을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의원들의 발언은 여러 언론에 보도됐는데 김한정 의원의 발언은 <조선일보> 6면에 실렸습니다.
김한정 의원은 "여기 온 의원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함께 싸울 사람들"이라며 "오늘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사드 배치로 북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이렇게 달렸습니다.
北 미사일 쏜 날 “사드반대” 촛불 든 더민주
성주 내려가 “사드 배치로 北이 추가 도발해도 할 말 없게 됐다” 황당 발언
김한정 의원은 실제로 뭐라고 말을 한 것일까요? 김한정 의원이 다음날 <조선일보>에 자신의 실제 발언을 보내고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에 김한정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이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목을 졸라서 항복을 받아서 미사일도 막고 핵을 포기시키겠다라는 이야기를 국민들에게 해 왔지 않았습니까? 시진핑 주석을 작년에 만나서 협조요청을 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중국도 필요 없다는 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북한은 오늘도 미사일을 지금 시험을 노동 2호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이 문제는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해도 우리가 할 말이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난번 4차 핵실험 이후에 유엔에서 안보리 결의를 규탄 결의문을 우리가 요청을 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지 않습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런 정부의 사드 졸속 결정이 결국 대북 국제협력 공조도 이미 스스로 무너뜨려버린 겁니다.
북한에 대해서 압박도 못하고 있고, 군사적으로는 유용성도 확보 못하고 있고, 국민들도 납득 못하고 있고, 성주군민만 희생하라는 이런 결정을 정부가 하면서 어떻게 국회가 협조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우리 성주군민뿐만 아니라 우리국민도 어떻게 납득하겠습니까?”
발언의 맥락은 우리 정부가 사드 졸속 결정으로 대북 국제협력 공조를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중국과 러시아에 국제협력을 요청할 수 없게 됐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단순히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우리가 할 말이 없다는 의미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김한정 의원의 발언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문제삼으며 사태가 커졌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김한정 의원이 상주에 내려가서 이렇게 얘기했다. ‘오늘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냐. 우리의 사드배치 결정이 미사일 맞을 짓을 한 것이라는 것인가. 이분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맞나.”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 그대로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여러 언론에 다시 보도됐습니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도 <조선일보>의 보도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에 김한정 의원의 말을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비판했을 것입니다. 김한정 의원의 실제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확인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졸지에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종북으로 몰리게 된김한정 의원은 자신이 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김한정 의원은 8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동조 색깔론으로 외교안보 무능을 호도하지 말라’는 제목입니다. 길지 않은 분량이니 전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성주 방문시 제가 했던 발언에 대해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비난했다.
저는 사드배치 발표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안보리 규탄결의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는 등 대북공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제 발언의 전문은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가 됐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야당 의원의 우려를 색깔론으로 왜곡하고,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미·중 강대국의 갈등에 불필요하게 당사자로 개입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무능을 색깔론으로 덮을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에게도 전방위적인 경제보복을 당해본 경험이 없다. 한국경제가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고 통치자의 외교적 노력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대외무역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사대주의니, 색깔론이니 운운하며, 국민을 갈라치기 할 때인가.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GDP 성장률이 3분기째 0%대이고, 천문학적인 부채를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외교안보 노력이 사드 배치 밖에 없는 것인가?
저는 사드 배치가 찬·반의 선택적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외교·안보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무엇보다 국익에 도움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드 배치 문제를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와 협의하고 국민적 지혜를 모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저는 북핵을 반대하고 북의 미사일 시험 도발을 규탄한다. 저는 사드를 문제삼아 중국이 대한민국에 대해 보복 조치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는 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분명히 밝힌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의 이번 사드 배치 졸속 결정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북의 핵 포기와 도발 억제를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약화시키고 대북 국제공조에 차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안보를 강화한다면서 오히려 안보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대외경제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중국과의 대북정책 공조 요청 차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한 것이 왜 북한동조이고 사대주의인가? 중국과의 외교마찰은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일이 아닌가? 정부가 수습해야 할 일을 왜 야당의원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가?
저는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제 발언을 심히 왜곡해 ‘북한 동조 세력’으로 매도하며, 색깔론을 펼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 발언에 대해 대통령께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참 걱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매일 같이 거친 항의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다. 부디 정치권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일에는 함께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입을 틀어 막고 자신의 귀를 닫겠다는 공개 선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점점 더 무섭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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