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권력중독-‘의전 대통령’의 재앙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1만3000원
오만과 무능-굿바이, 朴의 나라
전여옥 지음/독서光·1만5800원
박근혜의 말
최종희 지음/원더박스·1만5000원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지음/메디치·1만5000원
우리는 모두 박근혜가 궁금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꼴을 드러낼수록, 박근혜는 ‘꼭두각시’와 ‘공주’ 그리고 ‘독재자’ 사이를 갈팡질팡 오간다. 모두 그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지도자는 배우 노릇만 잘하면 되는 거지. 대통령은 시스템에 얹히면 굴러가게 돼 있어요.” 박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는 비중있는 다선의원의 말이다. 결국 자신들이 대본을 쓰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친박들의 항변은 ‘박근혜가 허수아비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했다’는 고백과 같다. 결국, 박근혜를 몰랐다는 얘기다. <박근혜의 권력중독>(강준만), <박근혜 무너지다> (정철운) <박근혜의 말>(최종희) <오만과 무능>(전여옥) 등 박근혜를 다룬 책들이 연달아 나왔다. 대통령이 국가를 어떻게 사유화했는지 묻는 이들을 위한 분석이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왼쪽), 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한 전여옥 전 의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박근혜의 권력중독>에서 박근혜가 “권력 행사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독자적인 의제와 비전 없이 권력 행사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며, 외모자본을 포함한 뛰어난 의전능력으로 지지층을 사로잡은 “의전 대통령”이라고 명명했다. “남자나 야한 생각은 털끝만큼도 안 할 것 같은 순수에 대한 갈망, 흉탄에 부모를 잃은 연약한 여성에 대한 보호 본능, 나이가 들어도 곱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자태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다.” 박정희의 후광을 업고, 육영수의 의상을 입은 박근혜는 그 자신이 ‘상징 조작’이었다. ‘백옥주사’ ‘태반주사’가 등장하는 의료 스캔들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까지 매만진 올림머리도 ‘의전자본’을 지키려는 맥락이다.
‘상징’의 실체를 까발리는 일은 금기였다. ‘레이저’를 맞는 건 둘째치고, 대중들한테도 혼쭐이 났다. “박근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이고 올려다보지도 못할 정치인이라구요. 그렇게 독설을 퍼부으면 사람이 값싸 보여요.”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박 대표와 가까이 지내다 ‘배신의 아이콘’이 됐던 전여옥 전 의원이 받았던 비난 중 하나다. 그는 <오만과 무능>에서 박근혜를 “최순실 기획사의 아이돌”로 그렸다. 시장을 방문하고 박수받는 것만 좋아했지, 정작 학생들의 질문에 쩔쩔맸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선물이 무수히 쏟아져들어왔을 때는 ‘가사도우미’(가정관리사)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한우를 주었다고 한다. ‘시녀 최순실’에게 농락당한 ‘가련한 공주’가 아닌, 아버지한테서 ‘권력의지’만 물려받아 의전을 향유했다는 폭로다.
비전과 콘텐츠가 없는 대통령은 무엇을 향해 나아갔나? 강준만은 박근혜의 ‘디폴트 값’(설정값)으로 권력중독, 아버지, 최순실 세 축을 꼽는다. 최순실은 박 정부의 ‘미래’ ‘문화’ ‘창조’를 담당했다. 박근혜가 정치 투신 전에 쓴 일기를 포함해, 정치인으로서 한 발언들을 분석한 <박근혜의 말>을 보면, 이 설정값과 ‘권력사유화’의 실마리가 이미 그 평소 말투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은이 최종희씨는 박 대통령의 언어습관에 최태민이 미친 영향력 등을 분석한 원고를 지난 6월 탈고한 상태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터지자, 새로운 장을 추가하지 않고 고민 끝에 초고의 큰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상하고 품위있는(decent), 세상사에 초연한 그 특유의 ‘이미지’와 달리 속물적 단어를 전부터 종종 썼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언론비평매체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가 펴낸 <박근혜 무너지다>는 최순실 게이트의 막을 열어젖힌 기자들을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정부나 언론이나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부터 “조중동까지 왜 저럴까”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두루 호기심을 풀 만하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아우라”라고 박 대통령의 빛나는 모습을 칭송했던 어느 언론인이 대통령의 부족한 국어실력을 지적하며 ‘빨간 펜’을 들이대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려주는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어떻게 해야 우울증 같은 ‘순실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강준만 교수는 “명령복종의 의무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라”고 말한다. “당신의 상사가 내렸던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제보하십시오. 지금도 내려지는 이상한 업무를 거부하십시오. 아니 거부하기 어렵다면 ‘태업’으로 저항하십시오.” 정부의 무책임을, 해운사의 비리를 두려움 없이 고발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세월호의 비극은 잉태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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