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아다는 구체적인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시사저널>은 복수의 인사들이 “반기문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에도 3만 달러 정도(총 2억8000만원)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유사한 증언은 사정 당국 쪽에서도 나왔다. <시사저널>은 “2015년 6월 만났던 사정 당국 핵심인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주자로 나오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당히 험난할 것’”이라며 “‘반 총장의 돈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며 “분명한 팩트”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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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 일정을 마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 KTX역에 내려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박 회장이 반 총장에 금품을 전달한 의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에서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연차 회장의 변호인단에 속했던 한 변호사는 “2009년 3월 박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반 총장에게 돈 준 사실을 털어놓자, 박 회장에게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지 2년밖에 안됐고, 현직 사무총장인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국익 차원에서 반 총장 금품 제공 사실은 덮어두고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의 신문조서에서도 반 총장 금품 제공 진술은 삭제했다”고 증언했다.
<시사저널>은 “이 변호사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수사 수뇌부였던 이인규‧홍만표‧우병우 뿐 아니라 그 ‘윗선들’도 반 총장의 금품 수수 의혹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 같은 소문이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인사는 <시사저널>에 “내가 만난 몇몇 새누리당 의원에게서 ‘반기문이 박연차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들 ‘대선 정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반기문 총장은 공직자 재임 중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10년 동안의 (유엔 사무총장)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 이 같은 악의적인 보도가 나오는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보도에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의혹은 본인이 직접 즉시 나서서 해명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대응이고 최선”이라며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해명이 궁금하다”고 전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철저 검증 사항”이라고 촌평했다.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향후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반기문 총장은 펄쩍 뛰겠지만 보도의 사실여부를 떠나 대권도전을 하는 사람, 특히 정치권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늘 겪게 되는 일”이라며 “아마 뉴욕생활에 대한 얘기도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처음 배출한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다들 보호해줬지만 대권주자가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걸 아셔야죠”라며 “그래서 혹독한 검증을 견딜 자신이 없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 용기가 없는 사람은 대권에 도전할 생각을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고위공직 경력 자체가 장점이던 시대는 갔다”며 “공직에 상응하는 책임을 못했다면 오점이 될 것이고 공직을 사익의 도구로 썼다면 결격사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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