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PD수첩>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PD수첩> 일부 보도 내용의 오류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식의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 언론의 보도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되레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 MBC가 언론자유를 스스로 역행하는 '반성문'을 낸 배경을 둘러싸고 정권과 가까운 경영진이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져버린 채 정권코드 맞추기에 발벗고 나섰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MBC는 5일 9시 <뉴스데스크> 방영 직전 <PD수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PD수첩 판결에 대한 문화방송 입장’이라는 사고에서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MBC는 대법원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으로 지칭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퍼센트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내용을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는 점을 들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간과했다”고 사과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논란과 광우병이 전국민의 주요 관심사였던 시점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MBC는 공정한 보도를 위해 취재 제작 가이드라인 철저 준수, 시의성을 이유로 한 부실한 취재 합리화 관행의 시정,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절차 등 내부 시스템 재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BC의 이같은 대국민 사과문 발표는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과 정정보도청구소송에 대한 일부 원심파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MBC 스스로 <PD수첩> 보도내용의 정당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왜곡한 것은 물론 <PD수첩>에 대한 정권적 차원의 탄압과 보수언론의 왜곡된 비판을 사실상 추인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MBC 대국민 사과문에 대해 엄주웅 언론광장 운영위원은 “PD수첩 보도의 정당성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정면으로 뒤집은 자살적 해사 행위”라고 지적했다. 엄주웅 운영위원은 “PD수첩 보도 내용이 전체적으로 허위가 아니라는 것이며, 일부 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결”이라고 말하고 “정정보도 청구와 관련해 대법원이 일부 이를 인정했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지적한 것까지 정정보도를 하라는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운영위원은 “만약 MBC처럼 일부 오류를 갖고 이같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면 신문과 방송 중 매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을 곳이 어디 있겠느냐”며 “MBC의 태도는 한마디로 (정권의 주문에) 알아서 엎드려뻗치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런 정도의 대국민 사과문을 내자면 제작진은 물론 사내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합의와 공감이 필요하다”며 “제작진은 물론 사내 구성원 다수가 도저히 용인하기 힘든 이런 사과문을 낸 것은 MBC 경영진이 마치 MBC가 자기 것인양 착각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행훈 전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일부 부분적인 잘못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있겠지만 MBC의 사과문을 보면 PD수첩 전체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도 분명하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9월6일자 4면에 게재된 MBC의 사과광고. | ||
그는 “위키리스크 문건을 통해 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비밀리에 협상해온 것이 드러났다”면서 “PD수첩 보도의 정당성을 새삼 확인해주고 있는 것들인데 MBC가 왜 이런 사과문을 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영하 MBC노조 위원장도 한겨레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은 조중동 등 그동안 PD수첩을 음해해 온 수구세력의 논리를 경영진이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언론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대법 판결 취지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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