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논란 불붙이고 미국 방문길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 이뤄야”
국정화 언급 피하다가 공개 발언
‘민생현안 삼킬 블랙홀’ 알면서도
태연하게 “나라·경제 어려우니…”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 이뤄야”
국정화 언급 피하다가 공개 발언
‘민생현안 삼킬 블랙홀’ 알면서도
태연하게 “나라·경제 어려우니…”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언급을 피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치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루어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화 논란이 끓어오를 때에도 정치권과 교육부에 맡긴 채 직접 나서지 않아왔다.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뒤에야 전면에 나선 것이다. 11일 새누리당과 교육부 당정협의→ 12일 국정화 발표→ 13일 박 대통령 발언과 방미 출국→ 한·미 정상회담 등 방미 외교(13~18일)의 순서다. 국정화 논란 속에 박 대통령이 입을 상처를 최소화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한 일정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도록 가르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특히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세계의 지평은 날로 넓어지고 있고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와 그 주변의 지형 변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가치관을 확립해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도록 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주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뼛속 깊은 소신과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논란은 오히려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가 한국 사회를 반으로 쪼개고 민생 현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태연하게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며 정치권에 ‘통합’을 당부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이제 미국으로 떠나야 되겠지만 국내에 산적한 현안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걱정이 된다”며 운을 뗀 것 자체가 이런 모순을 방증한다.
박 대통령은 교과서 논쟁 대신, 노동개혁 등 이른바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힘써줄 것도 정치권에 당부했다. 당장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가 국정화 문제로 충돌하고,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보수·진보로 나뉘어 마찰을 빚는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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