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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6, 2015

7종 ‘학살’하고 1종만 남기기, 이게 국정화 뉴라이트 교과서 공습 실패하자 ‘학살작전’ 돌입


1961년 5월 16일 포병여단, 해병대, 공수특전단 등을 앞세워 청와대를 점령한 박정희. 쿠데타에 성공하자 ‘혁명공약’을 발표한다. 마지막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총과 탱크로 헌정질서를 유린한 자신의 만행에 대해 국민의 반응이 어떨지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추겠습니다.”

박정희 때 가르친 역사, ‘5.16과 유신은 올바르다’

하지만 박정희는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생각이 없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손에 넣은 지 2년 만에 스스로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는 1967년 재선에 성공한다. 하지만 장기집권을 위해서는 1차 중임만 허용하는 헌법이 눈엣가시였다. 그래서 3선 개헌에 돌입한다. 걸림돌이 있었다. ‘정권의 후계자’로 부상한 김종필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결성한 ‘국민복지회’가 그것이었다. 박정희는 ‘정변동지’이자 오른팔이었던 김종필을 가차 없이 제거했다.

김종필을 숙청한 박정희는 3선 개헌에 착수한다. 폭압적인 분위기에서 개헌안이 통과됐지만, 선거(1971년)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까스로 3선에 성공한 박정희는 당선이 되자마자 숨겨왔던 비수를 꺼낸다. 1972년 10월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유신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삼엄한 비상조치 속에서 위헌적 방법으로 통과된 유신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꿔놓았다. 국민이 아닌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관제기구가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했다. 종신집권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절대군주’가 된 박정희는 자신의 ‘만행’를 덮고 미화하기 위한 윤색작업에 돌입한다. 국사교과서 국정화가 그것 중 하나다. 5.16정변과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인식”이라고 가르쳤다. 그 시절 교실마다 박정희와 독재정권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라는 식의 세뇌교육이 매일 진행됐다.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익히는 일은 내일의 새 역사를 창조할 우리들의 가장 중대한 당면과업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고교 국사교과서 머리말)

틀린 게 옳고, 옳은 게 틀렸다

12.12반란으로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도 ‘올바른 교육과 역사관’을 강조했다.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국사교과서를 발행했다. 전두환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정권도 ‘올바른 역사’를 주장했다. 자신들의 만행과 치부를 ‘올바름’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아무도 풀지 못하게 꼭꼭 묶어놓고 싶었나 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 (전두환 정권 국사교과서/1982년)
“민족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바르게 처리할 역사적 능력을…” (노태우정권 국사교과서/1990년)

이런다고 ‘틀림’이 ‘옳음’이 될 리 없다. 조악한 위장술이다. 오히려 ‘틀림’만 더 부각될 뿐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틀린 것을 올바른 것으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주입했다. 틀린 게 옳고, 옳은 게 틀리다는 식의 근현대사 교육이 이뤄졌다.
교학사교과서 공습작전 완전 실패로 끝나자

박근혜 정권도 똑 같다. 국정화가 필요한 이유를 ‘올바른 역사교육과 역사관 확립’이라고 말한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화 전환을 발표하면서 ‘올바른’이라는 단어를 거듭 반복해 사용했다. 현재 교과서는 다 옳지 못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옳다는 주장이다. 집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올바르다’라고 평가한다.

평가가 먼저 나오다니 경악할 일이다. ‘실체’가 이미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면 코흘리개도 뭔지 감 잡을 수 있을 거다. 2013년 출간됐지만 일선학교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교학사 교과서가 ‘실체의 원형’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뉴라이트 진영이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집필해 출간한 것이 교학사교과서다.

책이 나오자 여당과 보수단체들은 ‘교학사교과서 판촉사원’처럼 행동했다. 각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압력을 가하며 채택을 독려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채택률 0.1%로 검인정 8종 중 단연 꼴찌. 이렇게 ‘뉴라이트 교과서 공습작전’은 대참패로 끝나고 만다.
7종 ‘학살’하고 1종만 남기기… 이것이 국정화

공을 들였는데도 채택률이 0%대에 불과하니 얼마나 화가 나고 쪽팔렸을까? 드디어 만지작거리던 카드를 꺼낸다. 한방에 확 뒤집어 단박에 꼴찌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결국 맘에 드는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학살’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게 바로 국정화인 것이다.

‘프레임 작업’에도 돌입했다. 검인정 8종 중 교학사교과서를 뺀 나머지 7종을 겨냥해서다. 7종 모두에 ‘빨간 칠’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검인정 8종 중 7종이 모두 좌편향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등 정권 보위언론은 “진보교과서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좌파 독식은 좌파 카트텔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편다. 제 입맛에 맞는 1종만 남기고 나머지는 깡그리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면 늘 1등이 된다. 이런 식의 ‘유아독존’ 체제를 만들어 종신군주를 꿈꿨던 박정희와 아버지의 수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그의 딸. 부전여전이라더니 쿠데타의 DNA까지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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