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 © AFP=뉴스1 |
터키 정부가 실패한 쿠데타에 가담한 용의자들을 겨냥한 '철권대응' 집중 포화를 지속하고 있다.
비상국면의 새로운 권력을 이용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를 기소 없이 최장 30일간 구금하겠다고 밝혔으며, 터키 전역의 '체제전복적'이라고 간주되는 1000여개 학교에도 폐쇄령을 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총기와 탱크, F16을 동원한 쿠데타 실패의 여파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터키 당국에 쿠데타 가담 혐의로 구금된 사람은 1만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다수는 군인이지만 경찰과 판·검사, 교사, 공무원 등도 포함됐으며, 이가운데 4000여명은 정식으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터키 당국은 또 300명에 이르는 대통령 경호대원들이 구금됨에 따라 대통령 경호부대를 해산하기로 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방송채널을 통해 "대통령 경호부대가 존재할 목적이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대통령 경호부대는 최대 2500명의 대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이중 약 3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체포됐다.
대규모 체포 과정에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페토라흐 규렌의 조카를 체포했다. 이외에도 규렌의 최측근인 하일스 한지도 함께 체포됐다. 터키 당국에 따르면 한지는 규렌의 '오른팔'로 규렌에 자금이전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난 16일 군부 쿠데타 이후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쿠데타 연루자로 하여금 기소없이 최대 30일 구금이 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쿠데타 가담자 처벌을 위한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터키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1043개 사립학교와 1229개 협회 및 재단이 국가비상상태 기간 동안 폐쇄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 진압에 총구를 겨냥함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서구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이어 유럽연합(EU) 가입협상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한 나라가 자국 대학교수와 기자들을 구금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가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오메르 체리크 EU 담당 장관은 "터키에 와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아라"며 유럽 지도자들이 쿠데타 이후 터키 지도부에 가해진 위협의 규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연대를 표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체리크 장관은 규렌이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나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만큼이나 위험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체리크 장관은 또 "(EU 가입의) 길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탄력을 받을 시기"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랑스24 TV를 통해 "지난 53년간 유럽은 우리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다른 어떤 EU 가입 희망국가도 우리만큼 고통받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데타 세력에 대한 터키의 '철권대응'을 지적하는 이들을 향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터키는 쿠데타 진압 이후 처음으로 1200명의 저위급 군인을 석방했다.
쿠데타 이후 터키 거리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터키 국기를 흔들며 지도부를 칭송하는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인권운동가와 여권은 정부가 반정부세력을 향해 광범위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친쿠르드 인민민주당(HDP)의 공동의장인 셀라하틴 데미르타스는 "쿠데타에 맞서 싸우는 것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다. 그러나 엄벌주의로 가는 것은 더 큰 부정의의 길을 내어주는 것으로 사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며 30일 구금은 "그 자체로 고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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