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탈북한 태영호 공사가 지내던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이 영국 정부에 20만파운드(약 2억9300만원)가 넘는 과태료를 체납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태 공사의 탈북 이후 외국에 머무는 북한 외교관들의 열악한 임금 및 생활고가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영국 외무부의 2015년 성명을 인용해 북한 대사관이 영국 정부에 주차 과태료 20만파운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북한 대사관은 1~2대의 차량만을 소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런던 소재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북한 외교관들이 너무나 돈이 없어서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 일링에서 사람들이 가판대를 차려놓고 중고매매를 벌이는 시장을 방문, 싼 물건들만을 찾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교관들은 물건들을 "할인된 가격에 사서 생활비를 줄이거나, 북한에 갖고 가 친구나 친척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혹은 더 높은 가격에 되판다"고 김 총장은 설명했디.
심지어 한 외교관은 부업으로 아이들의 낡은 인형을 산 뒤 이를 세탁해 되파는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지난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통화에서 "태 공사가 과거 강연에서 자신의 월급이 1400파운드(약 200만원)이라고 했지만 우리들이 파악한 바로는 700파운드(약 1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가끔 북한 외교관들을 뉴몰든 슈퍼마켓에서 마주치며, 그곳에서 한때 태 공사를 만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외교관들과 달리, 태 공사는 신사였다"고 말했다.
심지어 태 공사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탈북자들이 북한 대사관에 찾아가 '위대한 수령님의 죽음을 축하한다'고 빈정대며 꽃을 주려 했지만, 이때조차 평정심을 지켰다.
김 총장은 2005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이다.
이웃 주민들도 태 공사가 친절하고 아주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링 지역 의회의 존 볼 의원은 태 공사가 일링에 올 때 일부 주민들이 북한 대사관이 들어서는 것과 관련해 안전에 대한 불안을 표했으나, 태 공사가 나타난 이후 이것이 쏙 들어갔다고 했다.
한편 태 공사가 탈북한 때로 추정되는 날의 분위기도 밝혀졌다.
북한 대사관 인근에 사는 한 남성은 태 공사가 탈북한 시기로 알려진 지난달 중순 "갑자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느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이삿짐 차들이 왔다갔다하고 몇몇 사람들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봤다"며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그들이 나간 듯 하다.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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