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보도자료 읊는 언론보도 결국 오보로 이어질 가능성
강남구민들 여럿 <한겨레> 보도 뒤 메일 보내와
“국기 게양률 90% 말안돼…‘태극기 강제’ 멈춰야”
보도자료 읊는 언론보도 결국 오보로 이어질 가능성
강남구민들 여럿 <한겨레> 보도 뒤 메일 보내와
“국기 게양률 90% 말안돼…‘태극기 강제’ 멈춰야”
서울 강남구가 17일 아침 8시30분께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처음 본 느낌은 ‘괴기함’이었습니다.
<강남구 광복절 태극기 게양률 마침내 90% 육박>이란 제목 탓입니다. 작게 탄식했습니다.
‘와, 평양인가, 강남구는?’
신연희 구청장의 ‘강남구 안보1번지’란 구정 목표에 맞춰 구가 태극기 달기에 공력을 쏟아온 게 이번만은 아닙니다.
6·25 전쟁 중 몰래 도망간 이승만 대통령 차량에 태극기가 꽂혀있었을까, 국기를 달면 애국심도 휘날리나, 이런 생각만 했을 뿐 별 관심 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90%”는 달랐습니다. 내처 취재해보기로 했습니다. 오후까지 쉴 틈 없이.
결론은 ‘120명이 넘는 강남구 공무원이 동원되어 태극기 달기 사역을 했다’였습니다. 15일 강남구 곳곳을 누린 ‘태극기 달기 근무조’. 골목가 주택엔 그냥 태극기를 꽂기도 하고, 아파트 초인종을 일일이 다 눌러 태극기 달아라 종용하는 일을 (지금 100~2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임용될 수 있는) 주무관급 공무원들이 했습니다. 댓바람에 잠 깨운다고 욕도 어지간히 먹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오후엔 또다른 ‘공무원 특근조’가 곳곳을 누비며 게양률을 셈했습니다. 눈대중으로. 아파트 단지별로 한 동만 꼽아서 대충.
이틀 뒤 강남구는 “실로 놀라운 수치”라며 ‘관내 국기 게양률 90%’를 홍보했고 “100%에 육박할 때까지 태극기 달기 운동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강남구 공무원들 혀부터 나왔을 것 같습니다.
강남이 평양이 아닌 이상, 충분히 타당성을 의심해볼 수 밖에 없는 보도자료이지만 여러 매체는 그러지 않습니다.
진보매체가 강남구를 비판하면 정파 탓으로 보곤 합니다. 옳다 보는 바가 있으므로 어느 매체든 정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않겠으나, 시민과 독자 입장에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정파가 무엇이든 보도가 진실에 가깝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강남구 보도자료를 축약할 뿐인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나, 더 분식하고 마는 <문화일보> <서울신문>도 결국 정파성 때문이 아니라 진실 앞에 게으른 저널리즘 때문에 기억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관이 홍보하려는 사안 모두를 미디어가 ‘팩트 체킹’하진 않습니다. 딱 봐도 기사 가치가 없다 싶을 때-종종 여기서 감시견의 결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만- 매체가 선택하는 행위는 ‘킬’(‘다루지 않는다’는 기자들 슬랭)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조사 결과를 ‘킬’한 이유도 그뿐입니다. 미디어가 가치를 부여하면, 거짓 패악이 진실 진정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한 강남구민이 보내준 메일 일부입니다.
“강남구청은 태극기 사랑이 아니라 태극기와 거리를 두게 만드는 만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90%라고 말하는 수치가 우리 동네 주택가에는 0%라고 확신합니다. 구청에서 태극기 거는 일로 얼마나 세금을 낭비하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고쳐야 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구 ooo동 주민센터에서 진행했던 7월17일 제헌절 맞이 태극기 달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 일요일 아침이라 대다수 주민들은 잠을 깨워서 그런지 짜증스러운 표정들이었고 봉사하는 사람들도 뻘쭘하였습니다. (…) 하여간 결과적으로 봉사끝날 때까지 실제 태극기를 게양한 사람은 별로 없었고 실제 문도 안 열어준 게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에) 태극기 게양율이 ooo동이 9*.*%로 나온 것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헌절 때) 태극기 달기 독려를 하고 난 이후에도 아무리 높게 잡아줘도 30~40%였습니다.”
기사를 캡쳐해 병렬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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