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중동계 자금 본격 회수 움직임… 미 금리인상 따른 신흥국 투자금 썰물도 한몫
중국 경제 침체ㆍ유가 불안 등 금융시장 전환점 안 보여
21일 역대 최장기록을 마침내 갈아치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sell) 코리아’ 공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973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지난달 2일 이후 34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블록딜로 인한 예외적인 순매수 상황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장기간의 순매도 행진이다.
지난 34일간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주식 규모는 6조원 가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순매도 상황과 비교하면 매도 강도는 낮지만 훨씬 꾸준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셀 코리아의 원인으론 무엇보다 저유가가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투자금이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 해결을 위해 대거 회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하반기에만 국내 증시에서 전체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30% 가량인 4조5,000억원을 빼냈다.
여기에 새해 들어 아시아 증시 동반 약세라는 악재도 셀 코리아에 상승 작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미국의 양적완화(QE)로 신흥국 등 세계 곳곳에 풀린 자금이 작년 말 금리인상으로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최근 4,450억달러(약 5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올해 신흥국에서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당분간 셀 코리아 기세가 지속될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잠시 자금유출 속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외국인들이 다시 순매수로 전환하기엔 환경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유가와 환율 상황에 특별한 반전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 중동계에 비해 중장기 투자 성격이 강한 미국계 자본유출은 적지만 이마저 빠져나간다면 타격은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장전문가들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은 상당 시간에 걸쳐 세계 경제에 누적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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