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사회ㆍ정부 불신ㆍ부정부패 탓
20대 부정적 태도, 全세대 중 최고
우리 국민 10명 4명은 다시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덴마크, 일본, 브라질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일보의 4개국 행복 국제비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시 태어난다면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는 게 좋을 것 같은가’란 질문에 우리 국민 39.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예’라는 긍정이 50%였지만 덴마크(75.2%), 일본(73.6%)보다는 훨씬 낮았다. 브라질은 행복도가 높은 반면 정치, 경제적 위기 탓인지 긍정이 51%로 낮았다. 한국의 경우 연령이 낮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고학력자일수록 부정적인 답이 많았다. 행복하다는 사람은 긍정적인 답(57.7%)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은 부정적인 답(63.5%)이 많았다.
연세대 유정식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ㆍ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 내에서 성과물을 공유하는 데 있어 규칙, 신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의미”라며 “국가, 공동체에 대한 불신이 개인 심리, 행복감에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이유로 치열한 경쟁(19.5%)이 꼽혔고, 정부 불신(18.5%), 사회 부정부패(17.8%), 삶의 질이 낮아서(16.2%), 사회 불평등(14.8%), 경제적 어려움(6.7%)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쟁 항목에서 덴마크(6.9%), 브라질(4%), 일본(2.6%)보다 월등히 높아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한설이(22)씨는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체류할 당시 페인트공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주변에서도 멋지다고 인정해주는 데 감명을 받았다”며 “직업 귀천을 따지는 문화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우리 현실과 비교돼 씁쓸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 사회에 대한 20대(53.8%)의 부정적 태도는 전 세대(30대 48%, 40대 42.7%, 50대 28%, 60대 21.5%)는 물론 국제 비교에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젊은 층의 ‘헬조선’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교 졸업 후 4년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박지은(23)씨는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외에 써주는 곳이 없다”며 “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대는 한국이 싫은 가장 큰 이유로 경쟁보다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26%)를 더 들었다. 서울대 이재열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스펙은 높지만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줄어든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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