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을의 3선 조경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더민주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앓던 이가 빠졌다’는 환영 반응까지 나온다. 하지만 당 입장에서는 부산 3선 의원의 탈당으로 부산지역 총선 전략을 재정비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조 의원은 19일 더민주 탈당을 선언했다. 조 의원의 행보를 두고 21일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 (새누리당 행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잘 됐다’는 반응이 많다. 그간 조 의원이 문재인 대표 체제와 사사건건 충돌하며 당론과 배치되는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2.8 전당대회 이후 수차례 당내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며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당이 비례대표를 유지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선거구 획정 협의를 할 때는 “비례대표를 다 없애자”는 목소리를 냈고, 야권이 일제히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는 “강력한 정책추진 의지를 보여준 대국민담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나갈 사람이 나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더민주 부산시당 관계자들의 말이 언론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경태 의원이 부산지역의 유일한 야당 3선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더민주가 조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부산지역 총선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 의원은 17대 총선 득표율 39.13%로 사하을에서 당선된데 이어 18대 44.89%, 19대 58.19%를 기록하는 등 지지기반을 넓혀왔다. 19대에서는 부산지역 의원 18명 중 김세연 의원에 이어 득표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상경남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여러 후보들이 있다. 영남의 정치가 달라지고 있다”며 “영남과 강원지역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지역으로 설정해서 우리 당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낸다면 이번 총선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의원의 탈당으로 더민주는 교두보 하나를 잃게 된 셈이다.
▲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지도부에게 재보선선거 참패의책임을 촉구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민중의소리 | ||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난해 2월 26일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여론조사 분석보고서 ‘판단의 오류’에서 영남권 지지기반 약화를 우려하면서 ‘조경태 현상’에 주목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조 의원의 탈당을 반기는 모습이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서부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허남식 전 시장은 10년 3선 시장 재임기간 동안 부산의 동서격차 문제와 서부산 홀대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새누리당이 영남권 유일의 야당 3선 국회의원 영입에 성공하여 선거를 치른다면 서부산을 이 지경까지 만든 과거와의 단절을 당이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효과는 물론이요, 당의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서부산 주민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서부산 선거 전체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평소 조경태 의원이 주장하는 바는 더민주보다는 우리 새누리당 정체성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그런 결심을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조 의원 입당을 기획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새누리당 부산 사하을의 예비후보들과 당원들이 “김무성 대표와 중앙당은 적과 야합하는 뒷골목 양아치들이나 할 수 있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에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의 탈당이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은 문재인 대표의 ‘부산 차출론’이 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선언을 해둔 상태다. 아직까지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에서 부산지역의 패배가 예상될 경우 문재인 대표가 출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18명인 부산지역 국회의원 중 야권 소속은 조경태 의원과 문재인 대표 둘 뿐이었다. 하지만 조 의원은 탈당했고 문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벌써부터 언론에 더민주의 ‘18대 0’ 전패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 의원의 탈당으로 문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다시 열려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더민주는 전반적으로 조 의원의 탈당을 반기는 모양새다. 더민주 관계자는 “물론 전패할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은 그간 당의 단합을 해치며 3선을 했다”며 “19대 이후 영남지역에서 조 의원을 밀어줬는데도 최고의원 돼서 계속 당을 흔들었다. 야당 안에서 야당의 목소리를 낸다고 했지만 사실상 당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조경태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노리다 임명되지 않자 나갔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노영민 의원이 사퇴한 이후 조 의원이 후임으로 유력했으나 당은 인선을 확정짓지 못했다. 조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탈당하면 위원장직 하나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더민주를 탈당한 박주선 의원과 김동철 의원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조 의원까지 위원장을 맡은 이후 탈당하면 상임위 위원장직 자리를 세 개나 잃게 된다는 것.
더민주 관계자는 “당 안에서는 조 의원이 산자위원장 받으면 그 이후에 탈당하려고 했는데. 이를 우려한 당에서 주지 않자 나가버린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고 전했다.
김영춘 더민주 부산시당 위원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차라리 잘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타격이 있거나 교두보가 사라졌다는 것도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조 의원이 우리당 소속이긴 했지만 당 의원으로서 부산지역에 역할과 기여를 한 것이 없다. 부산시민들도 조 의원을 야당 국회의원으로 보고 뽑은 건 아니고, 명실상부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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