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신호는 아직 없습니다”(LIG투자증권)
“당신이 잠든 사이, 외국인 매도가 끝나지 않은 이유”(KTB투자증권)
“당신이 잠든 사이, 외국인 매도가 끝나지 않은 이유”(KTB투자증권)
국제 유가가 연일 추락하면서 증권업계에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통상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지금이 저가 매수 할 때’라는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심리적 저항선이 깨지면서 증권사 보고서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저가 매수에 나서지 말라는 문구를 쓰는 경우가 늘었다.
◆ “지수 더 내려간다, 바닥이란 신호 없다”…단호해진 애널리스트들
증시 관계자들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 애널리스트들이 지금처럼 단호한 어조로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중단하거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을 때도 “당분간 주식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겠다”라거나 “당분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때”라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해 왔다.
KTB투자증권 김윤서 연구원은 18일 ‘외국인 매도가 끝나지 않은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아직 저가매수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밑줄까지 치며 내용을 강조했다. 외국인 자금이 당장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기미가 없다는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술적 분석 보조지표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포함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추이를 분석해 본 결과, 이번 주(18~22일)에는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지금이 바닥이라는 신호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썼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등 국내 주식 보유 상위 20개국의 중동 국가들은 총 23조원의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진다면 이 자금들이 다시 이탈할 수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 “오일머니, 韓 주식 팔 수 밖에 없는 상황”
증권사 연구원들이 우리나라 증시를 비관하는 데는 국제 유가 급락이 가장 큰 배경이다. 국제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증시에서의 오일머니 유출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증시 매도 상위 3개국은 모두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를 수출해 먹고사는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호주,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버진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도 상위에 올랐는데, 증시 관계자들은 이 금액 대부분도 중동 자금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 유가 급락이 가파르게 진행됐던 2015년 12월 직전으로만 보면 오일머니의 유출 규모는 전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11월엔 3083억원의 주식을 팔고 나갔던 사우디계 국가들은 12월엔 773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호주도 12월부턴 국내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12월엔 2740억원을 매도했다.
저유가 상황이 계속되면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들의 재정 수지는 악화된다. 재정수지 악화는 각국의 통화 가치를 평가 절하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각국은 외환보유고를 일부 소진하게 된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는 지난해 3670억리얄(979억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9월 기준 6470억달러(약 754조원)로 여전히 규모가 크지만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사우디 외환보유액이 5년내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을 일정 부분 유지하려면 보유 중인 해외 증권 매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국제유가가 1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오일머니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서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처한 구조적인 상황 때문에 당분간 한국 주식을 매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쉽게 해소될 상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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