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4년 전인 2012년, 그는 박근혜 경선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다.(왼쪽)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공방이 연일 뜨겁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최근 2012년 대통령선거의 화두였고, 박근혜 후보의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정면 비판한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모두 18건인데, 3년 동안 이행된 것은 8건뿐이다. 그나마 8건 중에서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축소 등 2건을 제외한 6건은 부분적으로만 이행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관련 공약 20건 중에서 13건이 입법 완료됐고, 나머지 7건은 국회 계류 또는 입법 준비 중이라며 반박한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18일에도 “과거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했다”고 자랑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양쪽은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정반대 평가를 한다. 한 예로 정부는 재벌 총수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지켰다고 자평한다. 반면 참여연대는 497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을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사면복권한 사례를 들며 공약 파기라고 맞선다.
결국 최종 평가는 국민의 몫이지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관련법 재개정 같은 형식적 조처보다 실제 경제민주화의 목적을 달성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강자가 횡포를 부려 공정거래를 해치는 것을 막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취지다. 일례로 가맹점주 권리 보호 강화, 하도급 분야의 부당특약 금지 등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되고, ‘갑의 횡포’로 인한 ‘을의 눈물’이 사라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정책의 일관성 상실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대선 출마 때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라며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 덕에 대선에서 이겼다. 하지만 집권 반년도 안 돼 경제살리기를 핑계로 경제민주화를 헌신짝 취급 했다.
경제민주화만 되면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릴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경제민주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기본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날렸다. 이는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경제살리기를 위한 골든타임을 낭비한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를 ‘죽은 자식’ 취급한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이 ‘귀한 아들’이라며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의원 영입이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 조항을 포함시키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내걸어 당선되는 데 1등공신이었다. 정작 집권 이후 경제민주화는 실종됐고, 김 전 의원은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런 그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경제민주화는 초보단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경제민주화 죽이기’가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 죽었던 김종인(경제민주화)이 산 박근혜를 과연 잡을 것인가?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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