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친 팔선녀 비선모임 “제2의 청와대냐”

최순실 관련 화면. TV조선 캡처

대기업 오너 인사, 고위 관료 부인 등 멤버로 거론

野 “별도의 청와대를 운영했다는 거냐” 격앙

“최순실 본래 이름은 최필녀”, 거듭되는 개명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60)씨가 국정운영에 전방위로 개입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최씨를 중심으로 꾸려진 ‘팔선녀 비선 모임’도 막후에서 활개쳤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최씨가 재계 등을 아우른 여성 인사 8인과 함께 인사와 안보, 경제 등 국정 전반을 주물렀다는 주장이다. 야권에선 사실상의 국정 자문회의 역할을 수행한 팔선녀 비선 모임을 두고 “제2의 청와대냐”는 비판을 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낮에는 박근혜 대통령, 밤에는 최순실 대통령이었다”며 “심지어 최씨는 ‘팔선녀 비선모임’까지 만들어 막후에서 국정개입은 물론 재계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엽기적 보도 마저 나왔다”고 팔선녀를 공식 언급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팔선녀 비선모임 의혹과 관련해 “별도의 청와대를 최씨가 운영했다는 것인가”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뒤에서 조정하고 그 각본대로 움직였다면 대한민국은 완전 무력화된 것이다”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선 팔선녀 비선모임 멤버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과 오너의 부인, 현직 고위 관료의 부인, 전직 금융계 인사의 부인, 사정기관 핵심 인사의 부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2014년5월)민정비서관에 발탁된 것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힌 대목도 이런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정치권에선 팔선녀 멤버와 관련된 기업의 오너가 사면을 받거나, 금융계와 정부 부처의 고위직에 깜짝 발탁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씨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팔선녀 멤버들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여권에 몸 담았던 정치권 인사는 “최순실씨의 원래 본명은 최필녀였다”고 말했다. 실제 1979년 한 언론은 “새마음봉사단 박근혜 총재는 봉사단에서 모금한 수해의연금 1억 원을 최필녀 사무총장을 통해 문교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2014년 2월 무렵 최서원으로 이름을 바꾼 상태다. 최씨뿐 아니라 그의 부친과 딸까지 3대가 본래 이름을 버리고 개명을 반복하는 배경에도 의문이 쏠리고 있다. 1994년 사망한 최씨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 목사는 7개의 이름을 썼다는 정부 기록이 있다. 최씨의 딸 정유연(20)씨도 지난해 6월 정유라로 개명했고, 최씨의 조카인 장유진(37)씨도 지난해 2월 ‘장시호’로 이름을 바꿨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