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베스트댓글 "박근혜 탄핵", 민심은 이미 떠났다 '탄핵' '하야' 등의 단어는 이틀째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공감19 댓글4

▲  <복학왕> 베스트 댓글 상황. 26일 오후 6시 40분 기준.
ⓒ 네이버 웹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탄핵하라고 하는 사람 특징
1. 외모가 수려하며 매사에 열심히 함
2. 부모님께 효도하며 공손하고 예의가 바름
3. 신념이 확고하며 성공할 자질이 있음"

위의 댓글은 야권지지 성향의 커뮤니티에 달린 것이 아니다. 25일 밤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기안84의 인기 웹툰 <복학왕> 171화에서 무려 4만9040개(오후 3시 40분 기준)의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아래 베댓)이다. 이번 화는 극 중 주인공 우기명의 친구인 김두치의 일화를 보여준 것으로, '최순실 게이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상위 10개의 베댓 중 무려 5개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내용이었다. 두 개의 "박근혜 탄핵하자"는 댓글은 각각 2만6115개, 1만4441개의 추천을 받아서 동시에 베댓에 올라와 있었고, "대통령 탄핵하자"는 2만2709개, "최순실근혜"는 1만1504개의 추천을 받았다.

또한 <복학왕>과 같은 날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라이트닝2> 76화는 '탄핵'이라는 말이 만화 대사에 들어가서 화제가 됐다. "인류안보위원회 사무총장 라이트닝, 권력형 비리 및 최고위원 살해 혐의로 당신을 탄핵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라는 대목이다. 이에 독자들은 타이밍이 좋다며 환호한다.

"라이트닝아 순siri한테 한수 배우고와라"
"여기도 탄핵하네 우리도 하자"
"탄핵이 답이지"
"탄핵 성공해라"
- <라이트닝2>의 베댓 내용

비교적 정치와 무관하다고 여겨졌던 '웹툰' 영역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스스로 '하야'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탄핵'이라는 키워드로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다"... 웃픈 댓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자신의 재임 시절인 2012년 8월 10일에 있었던 '독도 방문'의 의의를 밝혔다. 그런데 이곳에 '독도'에 관련한 내용이 아닌,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을 비교하는 댓글이 '좋아요'를 많이 얻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내 생전에 당신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당신은 강만 팔아먹었지만 다음분은 나라를 팔아 먹습니다. 구관이 명관입니다."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박후보(박근혜 대통령)가 대통령이 되면 최씨일가(최태민, 최순실)에 의한 국정 농단의 개연성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경선 때 한 발언입니다. 10년을 내다보는 현자셨네..."

▲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오만과 불통'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독단적인 국정운영, '4대강 사업'등으로 비난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재평가를 받고 있는 '웃픈'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를 모두 잊어버리게 할 만큼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파가 엄청나다는 것이 시민들의 '댓글'로서 증명되고 있는 분위기다.

소위 '보수 우파' 누리꾼들도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친정부적인 색채로 유명한 '조선일보의 댓글난'은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탄핵' '하야'는 물론이거니와 "형편없는 지지자인 박빠의 책임이다" "박근혜 찍은 내가 미친x이지"같은 자기 반성적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순실 상왕전하의 리모컨에 의해 조정되는 칠푼이 로봇또."
"자유롭고 굳건한 대한민국 보수에서 저런 사람이 나오다니 말도 안된다. 탄핵 집회 열어야 된다."
"아버지 후광을 업고 대통령 된 것은 너무 과분하게 보였다... 왠지 그릇이 안 된다는 걸 많이 느꼈는데... 기어코 부친의 공에 누를 끼치는구나."
"끝났다."

▲  '탄핵'을 말하는 조선일보 독자들
ⓒ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보수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자유주의>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지난 25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유주의>는 야권 대선 후보들을 자주 비난하고,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었다가 삭제하는 등의 행위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야권의 공격에 맞서서 매번 정부를 감싸려는 태도를 보였던 이들조차 이번엔 '하야'를 요구한 것이다.

"자유주의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뉴미디어 언론이지만, 올바른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고 생각합니다.(중략) 보수우파는 법치와 원칙 위에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진영을 떠나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에 대해 공감하시는 분들이라면 '우리가 지켜내야 할' 질서의 회복에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_부정한_박근혜의_하야를_요구합니다. 

성명에 달린 댓글도 대부분 성명에 '동의'한다는 의견들이었다. 물론 간간이 "문재인도 조사해라"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속았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 같다"며 배신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더 많았다.

"여기 페이지가 하야를 말할 정도면 정말 이번 일은 좌우 논리 떠나서 심각한 거다ㅋㅋㅋ"
"리얼 부카니스탄때매 보수에서 아무리 짓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리얼 X노답 보수 쉴드 못 쳐주겠다. 그니까 요약하면 4년 동안 난 박근혜 국정지지한 게 아니라 최순실 국정지지한 거네?" 
"닉슨도 하야했습니다. 이번 건은 훨씬 더 큽니다."

"누가 조종하는 거 아님?" 과거 트윗도 화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거나 해명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마치 남의 일처럼 이야기를 하며 '논평'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유체이탈 화법'이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금,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이 지금껏 왜 그렇게 유체이탈 화법을 썼는지 이해가 간다며 조롱하고 있다. 더불어 이전에 "박 대통령 뒤에 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트윗을 남긴 이들에게 뒤늦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다시 화제가 되는 예전 트윗들
ⓒ 트위터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아 박ㄹ혜(박근혜) 뒤에서 누가 조종하는거 아님??? 저 정도로 정신머리 나간 사람이 세상에서 존재한다고¿" -지난해 10월, 트위터 @J0xxxxx

난 박근혜정권 하는거 보면 xx 멍청해서 진짜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
-지난 1월, 트위터 @Foxxxxxx

두 트윗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순실씨가 국가안보 기밀까지 미리 받아보는 등, 국정에 깊이 개입한 점이 드러나면서 일종의 '예언 트윗'으로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최순실씨가 진짜 대통령이고, 박 대통령은 조종당하는 아바타나 꼭두각시 아니냐"라는 말이 SNS상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은, 박 대통령이 갖고 있던 모든 권위가 추락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