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의 실체를 오늘(12일)도 집중 보도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이 파일의 일부 내용을 근거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판이 바뀌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어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파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도 나옵니다. 물론 돈벌이를 위해서 그 친분을 이용했다는건데 심지어 대통령은 최순실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이런 얘기까지 등장을 합니다.
심수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4월 7일.
고영태 씨는 김수현 씨, 최철 문체부 장관 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VIP는 이 사람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뭐 하나 결정도"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VIP는 박근혜 대통령, '이 사람'은 최순실 씨입니다.
특히 고 씨는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오케이했다"고 설명합니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토씨 하나까지 수정한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대화가 있던 시점은 2015년 1월 검찰의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습다.
고 씨는 최 씨가 박 대통령 접촉을 전보다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합니다.
"한 시간에 두세번 씩 전화통화를 하다가 손을 놓고 싶어도 놓지 못했"는데, "이번에 큰 문제가 터졌잖아. 그래서 약간 거기에서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말한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최철 문체부 장관 보좌관이 "그럼 안된다.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하자 고 씨는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해줍니다.
또, 최 씨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 인사개입에 적극 관여했다는 취지의 말도 이어집니다.
고 씨는 "VIP가 신임해봤자 VIP가 처낼 사람은 최순실 말 한마디면 따내는 것"이라면서 "VIP가 믿는 사람은 소장밖에 없고, 소장이 믿는 사람은 VIP와 나"라고 밝힙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 녹취파일을 증거로, 이번 사건이 고 씨 주도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녹취 파일에서는 최 씨의 국정 개입 실체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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