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법개혁 저지’ 조사위, 문건 작성 정황 포착…윗선 개입 주목
ㆍ일부 판사들 “행정처 컴퓨터에 일종의 사찰 파일 있다” 진술
ㆍ일부 판사들 “행정처 컴퓨터에 일종의 사찰 파일 있다” 진술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 저지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조사위원회는 복수의 판사들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6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사위는 최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김모 심의관(판사) 컴퓨터에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관한 동향을 파악한 일종의 사찰 파일이 있고, 그 파일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파일의 존재 등에 대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은 “대법원의 정책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전 차장의 말이 사실일 경우 바로 윗선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불법사찰과 직권남용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위가 확보한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ㄱ판사는 지난 2월 행정처 심의관에 발령난 직후 이모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행정처가 관리하는 판사 동향 리스트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 비슷한 지시가 계속되자 ㄱ판사는 사표를 내겠다고 했고, 임 전 차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에 ㄱ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느냐. 이러한 일이 대법원 정책 결정에 따른 것이냐”고 묻자 그는 ㄱ판사의 업무라고 하며 자기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이후 전화를 다시 걸어 ㄱ판사가 오해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ㄱ판사의 사표 항의 이후 김 심의관의 컴퓨터에 있던 블랙리스트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 심의관 후임으로 발령난 임모 판사는 사실상 ‘깡통’ 컴퓨터를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컴퓨터는 공무용이므로 업무파일은 모두 남겨서 후임자에게 준다”며 “임 판사가 여기저기에 부탁해 업무파일을 받느라 한동안 고생했다”고 전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조사위에 “삭제된 파일을 복구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조사위 측은 사실상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위가 회의실에서 관련자들의 얘기를 듣기만 하는 등 별달리 조사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ㄱ판사가 임 전 차장이 아닌 이모 상임위원의 말을 오해해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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