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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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댓글 공작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한 핵심간부가 현재 UN 주재 한국대표부 공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도피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구아무개 전 심리전단 1기획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13년 6월 UN 주재 한국대표부 공사로 발령났고,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심리전단 직원과 간부들, 지방과 해외로 도피시켜"
구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 등을 벌인 심리전단에서 '1기획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심리전단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그를 가리켜 "민병주 심리전단장 밑에서 일했던 댓글사건의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심리전단은 원래 대북심리전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후 댓글공작 등을 통해 국내심리전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심리전단이 지난 2011년 말 대선을 앞두고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했다는 관측도 있다.
심리전단은 '원세훈 원장-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전단장-구아무개 1기획관·이아무개 2기획관'의 지휘체제를 갖추고 안보1팀(심리전사이트 운영)과 안보2팀(국내 포털사이트), 안보3팀(국내 중소 인터넷커뮤니티), 안보5팀(트위터) 등 4팀을 두고 댓글공작 등을 벌였다.
민병주 심리전단장은 매주 월요일 구 전 기획관 등 기획관 2명과 전 팀장들이 참석하는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기획관 2명과 각 수석 팀장들이 참석하는 약식 간부회의가 열렸다. 간부회의에서는 원세훈 원장의 지시사항이 전달되고, 이 지시사항은 팀장을 통해 파트장들과 파트원들에게 순차례적으로 전파됐다.특히 원세훈 원장이 주재하는 '모닝브리핑'에도 기획관들이 참석해 '원장 지시사항'의 이행결과를 보고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구 공사는 2013년 6월 검찰의 원세훈 기소 단계에서 외교부로 발령 받았다"라며 "국정원에서 조직적으로 심리전단 직원들을 지방 또는 해외로 도피시킨 정황이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구아무개 공사는 심리전단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정치에 개입했으면서도 책임과 처벌을 피하고 요직까지 맡고 있다"라며 "구 공사는 수사받고 기소될 수도 있었던 사람인데 국내로 복귀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물었다.
신 의원은 "원세훈 원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권아무개씨도 주미한국대사관 정무2공사로 나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럭셔리 도피'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해외 공관 파견자 명단과 해당 직원들의 2011년-2013년 근무 부서를 명시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병호 국정원장은 "럭셔리 도피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이병호 원장 발탁 총무관리국장 인사안 무산됐다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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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 의원은 청와대의 국정원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이병기(현 청와대 비서실장) 원장 시절 청와대가 추아무개 팀장을 국내보안국장으로 승진 시키라고 요청했고, 고아무개 국내분석국장을 총무국장으로 발령냈지만 청와대가 일주일 만에 그를 해임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이병호 원장 시절인 지난 8월에는 총무관리국장 등이 포함된 인사안을 청와대에 보냈지만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병호 원장은 지난 8월 인사에서 자신이 신뢰한 A단장을 총무관리국장으로 발탁하려고 했다. A단장은 지난 1984년 안전기획부(안기부)에 들어와 해외공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해외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런데 청와대는 "과거 해외정보관 재직시 공관장과 불화가 있었다"라는 이유로 그의 인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A단장이 대구·경북(TK)이 아니라는 점이 거부의 진짜 이유로 알려졌다. A단장은 경남 출신이었다.
신 의원은 이러한 인사난맥상 뒤에는 국정원의 TK비선과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있다고 봤다. 그는 "마산 출신 이헌수 실장의 사표 파동 때도 국정원과 청와대의 TK라인이 TK출신 기조실장을 옹립하기 위해 움직였다가 대통령이 역정을 내서 유임됐다"라며 "청와대 문고리 비서관들과 국정원의 TK비선 라인이 핵심 보직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며 총무국장 인사 문제에 2년 동안 개입했다"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정무직을 제외한 부서장 인사의 전권을 국정원장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에서 국정원 내부파벌문제가 생겨났다"라며 "특히 대통령의 이름을 파는 청와대 핵심 TK비서관의 사욕에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병호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내가 염두에 둔 총무관리국장이 후보가 있었는데 잘 안됐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하지만 '국정원과 청와대의 TK라인이 인사에 개입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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