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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19, 2015

선거의 여왕? 국정 교과서로 다음 대선 망칠 수도 [뉴스분석] 이슈 블랙홀, 박근혜 레임덕 앞당긴다… 야권 분열 촉발 조짐, 수도권 지지율도 '흔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늪’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개혁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 와중에 교과서 국정화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결국 국정화가 실패할 경우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 앞에 폭탄이 하나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방문 전 자신이 던지고 갔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폭탄이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연일 이념 공세까지 서슴지 않으며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당장 야당은 국정교과서 반대를 주장하며 각종 입법 심의와 예산안 심사에 대한 보이콧과 국정교과서 반대를 연계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19일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새해 예산안에 국정교과서 발행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이 잡혀 있어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18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 여당이 학계와 교육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며 새 역사교과서의 발행 체제 도입을 위해 100억 원의 예산을 세워놓았는데,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 방미 일정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상임위 차원의 법안 심사가 ‘올 스톱’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출국 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에 산적한 현안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현안은 새해 예산안 심사,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비롯한 자칭 ‘경제 살리기’ 법안 등에 대한 심의, 한중 FTA 비준 등이다. 야당이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를 내며 박 대통령이 언급한 현안들에 대한 처리에 반대할 경우 총선 전 마지막 국회에서 각종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예산안 및 법안 심사와 국정교과서 연계를 ‘정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장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야당이 국가의 살림살이인 예산안 심사에 역사교과서를 연계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성적표가 나아지지 않는 만큼 노동개혁 4대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을 통과시켜야한다. (그런데) 야당이 예산연계 꼼수를 보이고 있다”며 “정치적 이슈를 볼모삼아 국회가 해야 할일을 하지 않는 정치태업”이라고 비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바라보는 보수언론의 불편함도 이 지점에 있다. 동아일보는 19일 사설에서 “노동개혁 관련 입법은 물론 장기간 국회에 묶여 있는 경제 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이 모두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며 “결국 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주도한 박 대통령이 왜 그럴수밖에 없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도 ‘시론’에서 “역사가 박 대통령의 시기에 무엇을 이뤄냈는지 현미경을 들이댈 중요한 시기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가 올 초부터 선거가 없는 올해를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면서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개혁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 와중에 여권은 현재 검인정 체제인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는 또 다른 핵심 어젠다를 들고 나왔다. 역사교과서 편향은 바로잡아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여권이 감당해낼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4대개혁이나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

작은 폭이지만 지지율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3%로 지난주에 비해 4%p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3%p 상승한 44%를 기록했다. 8.25 남북합의 이후 같은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섰고 부정평가 이유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문’이라는 응답이 14%로 가장 많았다.
  
▲ 한국갤럽 여론조사. 조사기간 : 2015년 10월 13일~15일. 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 19%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화에 대한 다른 기류가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세우면서 수도권의 중도-진보층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자녀를 둔 30~40대 학부모 층의 국정화 반대여론이 강하게 나타났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김용태(양천구), 정두언(서대문구)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공개적으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용태 의원은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수도권 의원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새누리당에 매우 불리할 수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경필 지사 역시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제 있는 검정 교과서로 배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다고 국정 교과서로 배우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를 취소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또 다시 새로운 의제를 던져 국정교과서에 대한 여론을 흐지부지 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청와대 부분 개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지는 ‘외교 일정’도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주 뒤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며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 20~26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 리얼미터의 10월 3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미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1주일 전 대비 1.2%p 상승한 48.0%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외교 안보 이슈를 통해 국정화 국면을 돌파할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문제는 그 이후다. 국정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은 2017년 대선 국면과 맞닿아 있다. 교육부는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교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 임기 내에 국정교과서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뜻이다. 교과서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처럼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부분이 등장하거나 시간에 쫓겨 사실관계 오류가 가득 찬 형편없는 교과서를 만들어낼 경우 대선국면에서 다시 한 번 교과서가 의제로 떠오르고 이를 강하게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은 역풍을 맞게 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12일 “정치 로드맵과 맞물리면 국정교과서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실장은 “당정청의 계획대로라면 2016년 하반기에 새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2017년 봄부터 학생들이 그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천하의 박근혜’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레임덕 시기”라며 “여권 차기 후보는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이념적 경직성 탈피’가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새 교과서는, 2016년 말~2017년 초 각 당의 대선 후보 경선 시기에 여야가 아니라 여권 내부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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