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장하는 국정화 추진 근거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주)에스티아이(대표 이준호)와 함께 지난 10월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월례정기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정부는 그동안 여러 종류 교과서로 발행하던 한국사 교과서를 정부를 통해 1종만을 출간하겠다며 국정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7.7%, 찬성한다는 응답이 33.7%로 나왔다. 반대의견이 찬성의견보다 24%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여론조사에서 찬성/ 반대 응답이 대등했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 10월 2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민 선호도에서 42.8%가 국정교과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검정교과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43.1%로 나왔다.(유무선 RDD ARS 전국 500명 / ±4.4%P)
지난 12~13일 머니투데이와 리얼미터가 조사(유무선 RDD ARS / 전국 1000명 / ±3.1%P)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추진에 대해 47.6%가 찬성, 44.7%가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지난 13일~15일 한국갤럽(무선 RDD 전화면접 / 전국 1003명 / ±3.1%P)이 조사한 결과에는 찬성 42%, 반대 42%로 나왔다.
이번 국정화 찬성 / 반대 의견은 연령별, 지역별, 지저 정당별로 확연히 의견이 갈렸다.
연령별로 보면 19세~29세 응답자 중 국정화 교과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7.9%로 나왔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77.5%로 나왔다. 최근 국정화 반대 여론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국정화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모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60대 이상 응답자 중 국정화 교과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0.2%, 반대한다는 응답은 23.4%로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50대 응답자의 의견이다. 찬성한다는 응답이 47.1%, 반대한다는 응답이 45.6%로 팽팽한 모습을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국정화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정기월례조사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 ||
지역별로 보면 대구 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대구 경북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 반대한다는 응답은 35.6%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중 찬성한다는 응답은 65.2%, 반대한다는 응답은 21.8%로 나왔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중 찬성한다 응답은 17.8%, 반대한다 응답은 79.5%로 나와 지지정당별로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특히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중 국정화 찬성 응답이 19.7%, 반대 응답이 72.1%로 나왔는데 20~40대의 국정화 반대 응답이 높은 것과 함께 무당층 내에서도 정부의 국정화 방침 발표에 대한 역풍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며 국정화 교과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기존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31.3%로 나왔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0%로 나왔다. 검인정 교과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를 가르치고 있다는 새누리당 주장이 허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고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검정교과서의 좌편향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호된 질책을 받는 등 국정교과서 추진 근거인 검인정 교과서 좌편향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정기월례조사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 ||
반대로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인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친일-독재 행위를 미화하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48.5%,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8%로 나왔다. 주목할 것은 60대 이상 응답자 중 동의한다 26.2%, 동의하지 않는다 55.2%로 나왔는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8.6%로 나왔다는 점이다. 연령별 응답자 중 잘모르겠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이 가장 많았다.
국정교과서 추진을 두고 정부에선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야권에서 사회통합에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이 우리 사회통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갈등을 부추겨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는 응답이 (56.3%)이 '국민 갈등을 줄여 사회 통합에 보탬이 될 것이다'는 응답(26.8%)보다 두배가량 높았다.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정기월례조사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 ||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정기월례조사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 ||
한국사 교과서의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도 기존 검정 교과서 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다음 중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존 검정 교과서 제도 내실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60.1%로 나왔고 '국정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은 30.7%로 나왔다. 새누리당 지지층 중 검정 교과서 내실화 응답은 30.8%, 국정교과서 전환 응답은 54.8%로 나왔다. 국정화 교과서 찬성 반대 의견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지지층 중 찬성 의견이 65.2%로 나온 것과 비교해 교과서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당 지지층이 검정 교과서 내실화에 30% 이상 응답한 것은 보수진영에서도 국정교과서 강행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국정화 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정교과서 추진이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28.6%가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야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24.2%, "별 영향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8.6%로 나왔다. 아직까진 국정교과서 추진을 놓고 여야 유불리를 판단하는 게 어렵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중 여당에 유리하다는 33.2%, 야권에 유리하다는 10.9%로 나왔다는 점에서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국정교과서 추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 중 여당 유리 34.2%, 야권 유리 38.6%로 답해 국정교과서 추진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 미디어오늘-(주)에스티아이 정기월례조사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 ||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년에 맞추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급하게 밀어 붙인다는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0.0%가 우려에 공감한다고 답했고 우려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3%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은 지상파, 케이블,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9가지 방송 중 신뢰도 조사를 정기적으로 할 예정인데 이번 여론 조사에서는 JTBC가 27.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S 22.3%, YTN 13.0%, MBC 9.2%, SBS 6.1%, TV조선 5.0%, 연합TV 2.2%, 채널A 1.9%, MBN 1.7% 순으로 나왔다. 신뢰하는 방송사별 국정화 찬성 / 반대 의견도 극명히 갈렸다. JTBC를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로 뽑은 응답자 중 91.3%가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했고, KBS를 신뢰 방송사 뉴스로 뽑은 응답자 중 국정화 교과서 찬성 의견은 64.5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잘함 43.6%, 잘 못함 54.0%로 나왔다. 지지정당 응답자는 새누리당 33.6%, 새정치민주연합 16.6%, 정의당 6.9%, 기타 4.2%, 없음/잘모름이 38.7%였다.
(주)에스티아이는 "국정화 찬반 양론이 정부 방침 발표 이후 일정하게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기존 정부 정책에 대체로 긍정평가를 내려 온 50대에서도 찬성 반대 응답이 팽팽하게 나타나 국정화 반대 여론에 주요한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에스티아이는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도 30% 가까이 교과서 개선 방향과 관련한 질문에 기존 검정제도 내실화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은 국정교과서 강행에 대해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도 여론이 다소 분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00% 휴대전화 방식으로 진행됐고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3.1%P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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