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태민씨는 7개 이름 사용
‘장시호’도 지난해 바꾼 이름
2014년 최서원으로 개명한 최순실씨. 한겨레 제공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60)씨. 실제로 주민등록표상 기재된 그의 이름은 ‘최서원’이다.
2014년 2월 무렵 법정 이름을 바꿨다. 최씨뿐만 아니라 그의 부친과 딸까지 3대(代)가 본래 이름을 버리고 개명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94년 사망한 최씨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는 7개의 이름을 썼다는 정부 기록이 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한 최씨의 수사보고서에는 그의 화려한 이름 변천사가 담겨 있다. 최씨는 1927년 ‘최도원’이란 이름으로 황해도 재령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월남해 ‘최상훈’으로 살며 경찰에 몸담았다. 이후 ‘최봉수’로 살다가, 1954년 여자 문제로 절에 들어가 ‘최퇴운’이란 승려가 됐다. 1969년 초에는 천주교 중림성당에서 ‘공해남’으로 영세를 받았으며, 이후 ‘방민’이란 이름으로 안찰기도와 독경을 했다고 한다. 7번째가 ‘최태민’이다. 최씨는 1975년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오랜 기간 멘토역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대통령도 한때 최씨와 가깝게 지낸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특별대우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씨 딸 정유연(20)씨도 지난해 6월 ‘정유라’로 개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씨의 조카인 장유진(37)씨도 지난해 2월 ‘장시호’로 이름을 바꿨다. 장씨는 지난해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자금유입 경로로 의심되는 독일 페이퍼컴퍼니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사촌인 정씨에게 넘겼다.
대법원이 2005년 범죄 은폐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매년 16만여명이 개명 신청을 하고 있다. 법원은 ▦성명의 의미나 발음이 나쁘거나 저속한 것이 연상되거나 놀림감이 되는 경우 ▦성명철학상의 이유 ▦한자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바꿀 때 ▦출생신고서상 이름을 잘못 기재한 경우 등을 개명 허가 사례로 들고 있다. 일각에선 최순실씨 가족이 자신들을 둘러싼 안 좋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길 꺼려 해서 이름을 바꾼 것 아니냐고 추정하지만, 정확한 개명 이유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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