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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13, 2016

'박근혜 옥중편지' 단독 입수한 신문? [광장편지] 가상신문 <광장신문>, 재능기부로 4호 11만부 발행

신문입니다. 신문. 신문 받아가세요."
"박근혜 감옥 편지 단독 입수, 호외 나눠드립니다."
"가상신문이지만 조만간 현실이 되는 신문입니다."
"현직 기자와 작가들이 만든 신문입니다."
"신문 간직하시면 가보가 됩니다."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월10일 경복궁역.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유만형 씨의 손에는 <광장신문>이 들려 있습니다. 조금 전 만난 그의 고향 친구도 시민들에게 신문을 나눠 줍니다. 촛불시위에 참가하려고 경복궁역에 내린 시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신문을 받습니다.  

전날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들은 만형 씨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밤새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아침에야 잠이 든 그는 박근혜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이 총집결해 난동을 부린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광화문 광장에 나왔습니다. 다행히 박사모 회원들은 물러갔고, 그는 '광화문 캠핑촌' 식구들과 신문을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만형 씨가 신문을 펼쳐봅니다. 신문의 1면 제목은 "나도 재벌 할 걸…자괴감"입니다. '박근혜 옥중편지 단독 입수'라는 편지글이 실려 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눈먼 자들의 국가>를 쓴 소설가 박민규 씨가 쓴 글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혼자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것이 아닙니다. 51.6%라는 국민의 지지와 여러 보수언론의 지원사격이 함께한 결과였습니다. 인터넷 댓글공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정원도 노고가 많았습니다.  

한마음 한뜻으로 저를 옹립해준 새누리당과 국정 운영에 있어 늘 든든한 수족이 되어준 검찰과 경찰, 오랜 친구처럼 언제나 마음이 통했던 재벌과 전경련을 생각하면 아스라한 지난날의 추억과 더불어 내가 이러려고 공천을 주고 특혜를 주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비서실장도 아닌 주제에 하나같이 나를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발뺌을 하는 과거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세상에 참 믿을 놈 없구나, 여전히 이 나라엔 배신의 정치가 판친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지경입니다.  

박민규 소설가가 쓴 '박근혜 옥중 편지' 

만형 씨는 박근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행자부 장관에게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박근혜 1등 부역자이자, 문자로 총리 해고를 통보받은 자가 '왕 노릇'하는 꼬락서니에 "내가 이러려고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야당은 황교안 체제를 인정한다고 합니다.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국민들과 동떨어진 여의도 정치를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옵니다. 그는 시민들과 청와대로 행진하며 황교안 내각총사퇴를 외쳤습니다.  

'박근혜 옥중 편지'를 계속 읽어봅니다.  

특히 재벌들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이 몸이 친히 거리 서명까지 해가며 누이 좋고 매부 좋고자 최선을 다했건만 매부는 여전히 떵떵거리고 누이만 감옥에 들어온 이 상황에 실로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순실이와 저의 바람은 한가지였습니다. 오랜 세월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정실(情實) 경제의 고리를 끊고 지하경제를 활성화시켜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창조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애썼던 것입니다.  

저는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건도 혼자 해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가, 나처럼 돈 없는 사람만 처벌받는 이 세상이 그저 야속할 따름입니다.  

대통령 해봐야 5년이면 끝이지만 저들에겐 임기 제한도 없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지하에 계신 아버님조차 벌떡 일어나 내가 뭐 하러 대통령을 했나, 재벌을 할 걸 자괴감에 빠지실 게 분명할 거란 생각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것 같습니까? 이제 저들은 야당과 진보 언론을 향해 또 손을 내겠지요. 그러니까 어디 두고 보자, 이 얘깁니다. 

만형 씨는 속이 다 시원합니다. 박근혜의 입을 통해 박근혜 부역자들을 불러낸 편지입니다. 진짜 박근혜가 쓴 것처럼 생생합니다. 2~3면에는 박근혜 퇴진 이후 진화하는 직접민주주의(송경동 시인), 낡은 정치 전복시킨 대안민주주의 외국 사례(조일준 한겨레 기자), 풍요와 빈곤의 차이, 제도의 한 끗 차이(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 '386 친권자' 둔 청년이 '부심' 쩌는 기성세대에게(공혜원 촛불집회 참가자)가 실렸습니다. 읽을거리가 빼곡합니다. 
▲ 광장신문.
진짜 박근혜가 쓴 것처럼 생생 

만형 씨가 화보로 꾸며진 <광장신문> 4면을 펼쳐봅니다. "잘라라, 약자에게만 가혹한 그 손을"이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귤을 파는 노점상이 종로구청 단속반원과 경찰에게 끌려가는 사진입니다. 이 광경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있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촛불이 있었던 11월 19일 오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일상의 실천 디자인 팀과 사진작가 노순택 씨 가 만든 화보입니다. 노순택은 "갈아엎어 새로 만들려는 세상마저 이 풍경의 지속이라면 우리는 반대한다. 그런 민주주의 그런 행복추구 개 같은 질서 세상을"이라며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박근혜의 계절은 가난한 이들의 삶이 파괴된 계절이었다. 가난한 이들의 삶이야 부서지는 게 일이라지만, 박근혜의 계절은 잔인했다. 무도했다. 파렴치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그 계절을 끝장내려는 광장에서조차 가난한 이들의 삶은 바스라지고 있었다. 풍경의 교체 안에 풍경의 지속이 있었다. 권력의 교체 안에 권력의 지속이 있었듯."
  
촛불혁명 광장, 경찰과 구청단속반의 만행 

유만형 씨가 2001년 4월을 떠올립니다. 50년 만의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 시절입니다. 대우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 350명은 노조 사무실 출입을 허가한 법원 결정문을 들고 4월10일 대우자동차로 행진했습니다. 경찰은 방패와 곤봉을 무방비 상태인 노조원들에게 휘둘렀습니다.  

노조원들이 항의로 웃옷을 벗었는데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 맨살에서 피가 터졌습니다. 45명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법 집행을 안내하던 박훈 변호사마저 골반에 상처를 입어 입원했습니다. 당시 경찰의 폭력은 노조 영상패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부터 박근혜 정권의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경찰 폭력은 난폭해져 갔습니다. 촛불혁명의 분노 앞에서 숨죽이며 '민중의 지팡이'인 양 행세하는 경찰, 그들의 속살을 보여주는 화보를 보며 만형 씨는 너무나 통쾌했습니다.  

그가 서둘러 시민들에게 신문을 나눠줍니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소리치며 신문을 찢어 던집니다.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박사모 회원일까요? 이날은 상이군경회, 해병전우회 등 군인 관련 단체들이 송년회를 매개로 회원들을 총동원한 날입니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참가비와 회식만큼 달콤한 게 없겠지요. 

신문을 나눠주는 누군가 웃으며 말합니다.  

"신문 맘에 안 들면 돌려주세요. 저희는 박근혜 지지하는 5% 국민도 존중합니다. 이 신문은 매주 광장에서 촛불을 밝혀 박근혜 퇴진을 외친 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박근혜가 감옥 가기를 바라는 시민들만 받아가세요." 

영하 4도의 날씨, 시민들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피켓이 들려있습니다. 신문을 받기 싫을 법도 한데, 앞다투어 손을 내밉니다. 줄을 서서 신문을 받아갑니다. 2000부가 금세 동이 납니다. 이날 광화문에는 <광장신문>3호 2만 부가 시민들 손에 전해졌습니다. 

신문 찢은 박사모 회원 

지난 11월 15일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에 모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한국갤럽 조사 3주 연속 박근혜 지지도는 5%, 20대는 0%였습니다. 이미 국민들은 대통령을 버렸습니다. 박근혜 하야는 시간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는 국민 꽁무니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무능했습니다. 김병준 총리-한광옥 비서실장에도 흔들리고, 박근혜 2선 후퇴와 거국내각에도 휘청거렸습니다. 박근혜에 의해 '부패기득권 세력'으로 낙인찍힌 조선일보까지 가세해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박근혜와 전쟁에 나섰지만, 그들은 속셈은 '질서 있는' 정권교체와 보수세력 교체였습니다.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분노를 모아, 국민들의 바라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매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8혁명의 광장처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모아낼 신문이 제안되었습니다. 촛불항쟁에 나선 시민들보다 딱 반 발 앞선 신문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현직 언론인, 소설가, 시인, 사진가, 정당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11월19일 4차 촛불항쟁이 있던 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는 '호외'라는 흰 머리띠를 맨 일군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박근혜 하야 발표'라는 제목의 <광장신문> 1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에는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라는 부제가 달린 '박근혜 하야 성명 전문'이 실렸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은 격렬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졌습니다. 젊은이들은 '가상신문'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습니다. 이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자신도 나눠주겠다고 신문을 받아갔습니다. "왜 거짓 신문을 뿌리느냐"며 항의하는 연세 지긋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신문을 보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신문 2만 부는 순식간에 동이 났습니다.  

ⓒ노순택
<광장신문> 1호 세상에 태어나던 날 

11월26일 5차 촛불항쟁 날 뿌려진 <광장신문> 2호는 반걸음 더 나가 '박근혜 전격 구속',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결정' 속보로 만들었습니다. 손아람 소설가가 1호에 이어 2호의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96%위원회'(시민정부위원회) 새 나라 7대 긴급과제도 발표되었고, 청소년이 바라는 나라가 신문 한 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광장신문>2호 4면을 펼쳐 든 순간 시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누구를 감옥에 보낼 ‘타임’인가?"라는 제목의 화보였습니다. 2012년 12월17일 미국 <타임> 표지에 실린 독재자의 딸 박근혜(THE STRONGMAN'S DAUGHTER) 사진, 박근혜 가면을 벗기자 나타난 최순실(독재자의 딸의 무당 최순실), 최순실 가면을 열자 등장한 이재용(독재자의 딸의 무당의 후원자 이재용) 작품이었습니다.  

사진 한 장이 보여준, 박근혜 게이트의 진실이었습니다. 사진에 열광한 건, 삼성 본관 앞에서 백혈병 사망 76명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43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반올림' 활동가,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재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재벌들에게 피해를 본 중소영세 상인, 시민단체들에서 원본 파일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광장신문>2호를 본 현대차와 기아차 비정규직, 현대차 부품사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현대차 정몽구 회장으로 바꾸어 신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신문 2만 부를 현대와 기아자동차, 유성기업 공장에 배포하겠다고 합니다. 

국회 청문회가 있던 12월6일 <광장신문> 2.5호가 발행됐습니다. 국회, 전경련, 새누리당 앞에 신문이 뿌려졌습니다. '정몽구 공소장 무얼 담았나' 기사에는 박근혜-최순실 201억 뇌물의 대가로 추진된 노동개악, 불법파견과 부품사 노조탄압 면죄부 등 현대차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자동차 만들었나" 자괴감이 들었던 노동자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이 넘쳤습니다.  

지난 4주 동안 매주 발행된 <광장신문>은 총 11만 부가 인쇄되어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건네졌습니다. 박근혜 하야 발표에서 감옥편지까지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가상신문은 반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는데, 현실은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박근혜는 '피눈물'을 흘리며 헌법재판소 결과를 기다리겠고 하고, 박근혜의 아바타 황교안은 "시급한 국정 현안과제를 집중적으로 챙겨 나가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행사합니다. 

보수언론은 "민주당, 비상시에 점령군 아닌 책임 정당 모습 보여 달라"(조선일보), "야권과 황교안 대행체제가 적대적 관계에 놓이면 안 된다"(중앙일보), "지금부터 여야가 할 일은 황 권한대행이 안보와 외교, 경제, 민생을 탄탄히 챙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협치를 하는 것"(동아일보)이라고 훈계합니다.  

보수 재결집을 도모하며 시민들에게 이제 촛불을 끄라고 말하는데, 여전히 야당은 정신을 못 차립니다. 혁명의 마루까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혁명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박근혜 동상이 서 있습니다. 박근혜가 오랏줄에 묶인 동상입니다.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재벌도 같이 포박됐습니다. 파견미술팀 문화예술가들이 나흘 밤낮을 꼬박 새워 만든 작품. 아침부터 밤까지 관광객과 시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합니다. 최고의 포토존입니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을 감방으로 보내라는 것이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입니다. 2차 혁명을 향한 노동자 시민들의 촛불이 더욱 밝게 켜져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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