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기의 핵심은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뒤따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닷새째 국내증시가 수직폭락한 뒤인 8일 오후 통화에서 한 진단이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800선까지 폭락하고 코스닥지수가 10%이상 떨어진 패닉 상황을 연출한 데 대해선 "은행간 거래가 중단됐던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보다는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데 너무 과도한 반응"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경기가 호전중인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낙관론에 대해서도 "지금 미국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가 아니라 '구조'"라며 "레이건 이래 부시 정권까지 감세정책을 계속 펴온 결과, 미국은 제2의 일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 자체도 그동안 미국주가가 금융거품 때문에 부풀려졌을 뿐 실물경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정부의 착시를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의 집단을 종합하면 최근 며칠간 시장이 보인 패닉적 반응은 과도하다는 것,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제2의 일본'이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 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종전에 국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을 인정하면서도 달러 패권이 바뀌는 데에는 앞으로 2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다. 그러나 S&P의 미국신용등급 강등은 기존의 판단이 턱없는 낙관론이었음을 일깨워주었다. 지금 미국이 하는 행태를 보면 미국쇠락은 수년내로 크게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미국이 잡아먹을듯 S&P를 맹비난하고 있으나, 영국 <로이터>는 칼럼을 통해 "미국신용등급 하락은 최고의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상반된 평가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어야 하는데 S&P가 용기를 내 큰일을 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그동안 미국 재정위기에는 관대하고, 유럽 재정위기에만 메스만 들이댔던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
현재로선 미국을 곧바로 대체할 파워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만큼 미국 달러화나 국채가 즉각 대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미국이 G20 각국에 '협조'를 강력요청하면서 미국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 브릭스, 중동 국가 등이 달러화 자산을 팔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달러신화는 이미 깨졌다. "달러 자산을 팔지는 않겠지만 더이상 사들이는 일도 없을 것"이란 중국의 입장이 이같이 달라진 상황을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 의장이 "미국은 언제나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디폴트 가능성은 제로(0)"라는 황당 발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채를 안사주면 윤전기를 돌리겠다는 얘기다. 그린스펀도 이처럼 윤전기를 계속 돌려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보다 잘 안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폭등할 것이다. 미국이 갚아야 할 채무는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미국내 인플레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가 발발할 것이다. 그린스펀 발언은 시쳇말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같이 죽자는 식의 '배째라' 발언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국제적 위기는 시작됐다. 전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고 금융시장은 가장 많이 개방돼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한국에서 미국-유럽계 자금이 대거 유출하면서 연일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연기금 등을 투입해 주가급락을 막는 데에만 연연해선 안될 일이다. 시장이 붕괴되는 패닉은 막아야 하지만, 일정기간 빠질 때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정공법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미국-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최대 뇌관이 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다. 재정건건성에 치명적 독약인 대형 토목공사를 계속 일으키거나 선거용 포퓰리즘을 쏟아내는 망국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가는 머지않아 재정위기의 저주가 우리나라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은 최근의 금융시장 패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스런 상황이 될 것이다.
"IMF 위기를 겪은 나라는 십수년 후에 또다시 동일한 위기에 빠져든다"는 경험법칙을 깨기 위해서라도 정말 위정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닷새째 국내증시가 수직폭락한 뒤인 8일 오후 통화에서 한 진단이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800선까지 폭락하고 코스닥지수가 10%이상 떨어진 패닉 상황을 연출한 데 대해선 "은행간 거래가 중단됐던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보다는 상황이 급박하지 않은데 너무 과도한 반응"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경기가 호전중인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낙관론에 대해서도 "지금 미국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가 아니라 '구조'"라며 "레이건 이래 부시 정권까지 감세정책을 계속 펴온 결과, 미국은 제2의 일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 자체도 그동안 미국주가가 금융거품 때문에 부풀려졌을 뿐 실물경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점을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정부의 착시를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의 집단을 종합하면 최근 며칠간 시장이 보인 패닉적 반응은 과도하다는 것,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제2의 일본'이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 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종전에 국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을 인정하면서도 달러 패권이 바뀌는 데에는 앞으로 2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다. 그러나 S&P의 미국신용등급 강등은 기존의 판단이 턱없는 낙관론이었음을 일깨워주었다. 지금 미국이 하는 행태를 보면 미국쇠락은 수년내로 크게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미국이 잡아먹을듯 S&P를 맹비난하고 있으나, 영국 <로이터>는 칼럼을 통해 "미국신용등급 하락은 최고의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상반된 평가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어야 하는데 S&P가 용기를 내 큰일을 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그동안 미국 재정위기에는 관대하고, 유럽 재정위기에만 메스만 들이댔던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
현재로선 미국을 곧바로 대체할 파워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만큼 미국 달러화나 국채가 즉각 대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미국이 G20 각국에 '협조'를 강력요청하면서 미국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 브릭스, 중동 국가 등이 달러화 자산을 팔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달러신화는 이미 깨졌다. "달러 자산을 팔지는 않겠지만 더이상 사들이는 일도 없을 것"이란 중국의 입장이 이같이 달라진 상황을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 의장이 "미국은 언제나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디폴트 가능성은 제로(0)"라는 황당 발언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채를 안사주면 윤전기를 돌리겠다는 얘기다. 그린스펀도 이처럼 윤전기를 계속 돌려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보다 잘 안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폭등할 것이다. 미국이 갚아야 할 채무는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미국내 인플레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가 발발할 것이다. 그린스펀 발언은 시쳇말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같이 죽자는 식의 '배째라' 발언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국제적 위기는 시작됐다. 전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고 금융시장은 가장 많이 개방돼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한국에서 미국-유럽계 자금이 대거 유출하면서 연일 주가가 폭락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고 연기금 등을 투입해 주가급락을 막는 데에만 연연해선 안될 일이다. 시장이 붕괴되는 패닉은 막아야 하지만, 일정기간 빠질 때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정공법이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미국-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의 최대 뇌관이 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다. 재정건건성에 치명적 독약인 대형 토목공사를 계속 일으키거나 선거용 포퓰리즘을 쏟아내는 망국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가는 머지않아 재정위기의 저주가 우리나라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은 최근의 금융시장 패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스런 상황이 될 것이다.
"IMF 위기를 겪은 나라는 십수년 후에 또다시 동일한 위기에 빠져든다"는 경험법칙을 깨기 위해서라도 정말 위정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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