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국민들의 가슴에 ‘인동초’가 피어오르고 있다. ‘행동하는 양심’, ‘한국 민주주의의 거목’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2주기를 맞아 추모열기가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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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생전 마지막 공식연설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 ⓒ 김대중 평화센터 |
‘국민의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김석수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정당대표, 종교계 대표, 경제단체장, ‘국민의 정부’ 장관, 국회의원, 재야인사 등 536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김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18일까지를 공식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주제는 ‘평화, 희망 그리고 김대중’ 이다.
공식 추도식은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치러진다. 추도사와 김 전 대통령 육성 영상, 추모 노래, ‘김대중 연보’ 헌정, 유족대표의 인사 순으로 진행된다. 17일에는 서울 백법기념관에서 목포시향과 가수 신형원, 안치환 씨, 국악인 신영희 씨, 김정환 시인 등이 출연하는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또한, 추모기간동안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는 분향소가 설치되며 김 전 대통령의 집무실도 개방된다. ‘만남과 동행’을 주제로 한 추모사진전은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8월 한달 내내 진행된다.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두 권에 나눠 기록한 ‘김대중 연보’의 출판기념회는 오는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다.
공식추도식과는 별도로 민주당이 준비한 추도식과 추모토론회도 18일 예정돼 있다. 최경환 김대중 평화센터 공보실장의 사회로 열리는 토론회에는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박태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홍종학 경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생을 민주화와 인권, 평화에 바친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온국민과 함께 기리고 오늘날 민주당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시 되새길 것”이라며 10일부터 18일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선포했다.
손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에 당부한 야권통합의 길을 가고자 한다. 김대중 없는 민주당은 없다”며 “민주당은 더욱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흉상건립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각 지역별 추모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도 이어진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는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2011 청년 김대중 캠프’가 운영된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와 목포에서는 추모문화제와 더불어 ‘김대중 대통령 저술·애장도서 전시회’, ‘추모 국제평화학술회의’, ‘김대중리더십 배우기 강좌’, ‘추모 뮤지컬 공연’ 등이 진행된다. 미국 워싱턴과 LA, 뉴욕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노태우 “5.18 주범은 유언비어”…추모분위기 ‘찬물’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6월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합의해 놓은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라. 그래야 (남북) 문제가 풀린다”고 충고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 마지막 연설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은 “만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과 같은 길로 계속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하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린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2주기가 가까워진 시점까지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은 계속되고 있다. 10일에는 서해상에서의 북한 포격 소식이 들려와 국민들을 불안케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한 북한의 암살조 잠입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른바 ‘왕재산 사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말 검찰총장으로 선택한 한상대 검찰총장은 12일 취임사를 통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해 야당으로부터 “공안정국 조성의도”라는 비난을 받고있다.
여전히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인사 돌려막기’가 계속되고 있는 등 현 정부의 행보도 2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현충원 안장 논란과 ‘신군부’의 중심인사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하는 등 추모 분위기를 퇴색시키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대국민 호소는 희망버스 행사와 반값등록금 집회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야권 통합, 연대 움직임도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0일 “김 전 대통령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대표를 만나 ‘민주당이 단독으로 5석을 얻는 것보다 3~4석을 갖더라도 연합연대를 통해 야권이 7석으로 승리하는 것이 정권교체의 길’이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평생동지’였던 이희호 여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북측에서 정식 초청이 왔으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 북핵문제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돼 방북하지 못했다”며 “제 방북이 남북 화해,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이 남긴 뜻을 계속 실천하려는 이 여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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