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축: 보수 언론
다시 영리병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원지는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7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영리병원 시리즈’를 1면에 보도했다. 그러자 정부가 바로 화답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정부·청와대는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률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7월21일에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진수희 장관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은 괜찮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조선일보>가 의료관광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처럼”(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의 말) <중앙일보>가 ‘영리병원 논란’을 재점화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바로 이어 지상파 방송 3사가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 주제로 ‘영리병원’을 선택하며 논쟁을 확장했다.
‘<중앙일보>발 영리병원 논쟁’이 시작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대응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영리병원 논쟁에 보건의료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미디어행동 등 언론 시민단체도 함께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일반 의약품을 약국 밖에서 판매하는 조처나 영리병원 추진이나 의료 분야 광고시장을 늘리려는 노림수가 있다. 올해 말 종편 개국을 앞두고, 광고시장의 이해 당사자로서 보수 언론이 영리병원 논쟁에 뛰어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축: 경제 관료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과 더불어 영리병원 논란의 ‘오래된 주역’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이다. 과거 재경부 시절부터 경제 관료들은 의료 시장화론에 앞장서왔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한국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논의된 것은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IMF 구제금융을 거친 후 ‘외국인 투자’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였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니 경제자유구역이 필요하고,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병원·학교 등 외국인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2002년 경제자유구역 법안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당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들어서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될 것이고,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 전용일 뿐이라고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그런데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빗장이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일단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없었다.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고서는 수익성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당시 재경부는 외국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12월 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7월에 재개정이 추진되었다. 이번에는 국내 병원도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나섰다. 대형 병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외국 병원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고, 국내 병원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부응해 재경부는 2006년 7월 재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2007년 12월 통과된 이 법안에서 영리병원 설립 주체를 국내 의료법인까지 허용했다. 영리병원의 설립 주체를 ‘외국인’에서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설립한 국내법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의료자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 지분 50%를 끼고서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실제 병원은 들어서지 않고 있는데, 규제를 완화하면서 법안만 자꾸 바꾸는 형국이다(30~31쪽 딸린 기사 참조).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처음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문제가 나왔을 때 시민단체가 염려했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외국인이 설립해 외국인만 진료하겠다는 것이 지금은 국내 자본도 합작 형태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은 6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강원도만 빼고 전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25쪽 딸린 기사 참조).
“참여정부, 영리병원 추진한 적 없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영리병원 문제로 정부와 각을 세워온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민주당도 영리병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고 지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참여정부 때나 이명박 정부 때나 경제 부처의 논리는 비슷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2007년 4월의 한 인터뷰를 예로 들었다. “지금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진표 의원은 교육·의료 서비스 분야의 개방이 미진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2단계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또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참여정부 때부터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참여정부가 영리병원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에 영리병원을 추진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한 김용익 서울대 교수는 “경제 부처는 의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주장을 계속했다. 또 전문 병원장들은 자본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지지했다. 어느 정부에서나 각 부처에서 의견을 낼 수 있다. 최종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등 최종 단계에서 영리법인 정책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의료산업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층 강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또는 폐지,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 민영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2008년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의료보험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다가 2009년 3월 기획재정부가 영리법인 병원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산업이 1인당 부가가치가 제조업의 1.8배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3.3배 큰 산업(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2월 ‘의료서비스 산업 고도화와 과제’)인 만큼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논리였다. 의료를 산업화하게 되면 보험 산업이 성장할 수 있고, 해외 환자 또한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 부처의 오래된 경제 논리였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의료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이들에게 ‘뭔 걱정이 그렇게 많냐’는 투로 대답했다. 윤증현 전 장관에 이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 전도사’ 바통을 넘겨받았다. 최근 그는 ‘영리병원 도입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깔딱 고개’라고 표현했다.
세 번째 축: 청메포럼 등 보수 학자
경제 부처, 보수 언론과 더불어 영리병원을 주창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보수적 보건의료학자 그룹을 들 수 있다. 이규식 교수(연세대)를 필두로 정상혁(이화여대·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기효(인제대)·정기택(경희대) 교수 등이 대표적 의료시장주의자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을 ‘이규식 사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규식 교수 등은 ‘의료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원장으로 있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2008년 10월 설립되었다. 이 연구기관은 설립 배경과 지향 목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의료를 21세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진화시키자는 의견을 의료 영리화론이나 건강보험 민영화론과 같은 왜곡된 논리로 무력화시키는 실정이다. 정부도 건강보험 민영화론이나 의료 영리화론에 대해 눈치만 살피고 있다. 보건의료제도를 선진화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의료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 틀을 시장경제 원리와 조화시키도록 한다.”
이규식 교수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5년께부터 경만호 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구성한 ‘청메포럼’에 참여한다. 포럼의 명칭을 이명박 당시 시장이 직접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호인 ‘청계’와 메디컬(medical)을 합한 이름이다. 이들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청메포럼 안에 이규식 교수 등이 정책팀을 구성해 정책을 생산했다. 2007년 11월 당시 이명박 후보는 청메포럼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의료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로 함께 만들어보자”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보수적 보건학자·의료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만호·이규식·정상혁·정기택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과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김성이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보건의료계 인사들과 첫 번째로 만났던 외부 행사가 바로 청메포럼이 주최한 간담회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메포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던 것은 이 정부가 보기에도 이들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인 시장 정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로 정치적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의료 시장화론자들이 여전히 보건의료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드러나지 않는 보건의료 파워집단으로 기능한다는 말이다.
네 번째 축: 삼성
보건의료 시민단체가 영리병원 등 의료 민영화를 주창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축으로 꼽는 곳이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인천 송도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민간보험(삼성생명), 원격진료 정보망 구성(삼성SDS), 원격진료 단말기(삼성전자), 송도국제병원(삼성증권·삼성물산) 등 의료 민영화 조처라 부를 만한 사업에 삼성 계열사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삼성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보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를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28~29쪽 딸린 기사 참조).
8월 임시국회는 이 오래된 영리병원 논쟁의 대결장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말로 가면 예산안 문제와 내년 총선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영리병원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영리병원 주창론자들에게 8월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시 영리병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원지는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7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영리병원 시리즈’를 1면에 보도했다. 그러자 정부가 바로 화답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정부·청와대는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률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7월21일에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진수희 장관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은 괜찮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조선일보>가 의료관광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처럼”(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의 말) <중앙일보>가 ‘영리병원 논란’을 재점화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바로 이어 지상파 방송 3사가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 주제로 ‘영리병원’을 선택하며 논쟁을 확장했다.
‘<중앙일보>발 영리병원 논쟁’이 시작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대응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영리병원 논쟁에 보건의료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미디어행동 등 언론 시민단체도 함께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일반 의약품을 약국 밖에서 판매하는 조처나 영리병원 추진이나 의료 분야 광고시장을 늘리려는 노림수가 있다. 올해 말 종편 개국을 앞두고, 광고시장의 이해 당사자로서 보수 언론이 영리병원 논쟁에 뛰어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축: 경제 관료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과 더불어 영리병원 논란의 ‘오래된 주역’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이다. 과거 재경부 시절부터 경제 관료들은 의료 시장화론에 앞장서왔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한국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논의된 것은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IMF 구제금융을 거친 후 ‘외국인 투자’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였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니 경제자유구역이 필요하고,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병원·학교 등 외국인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2002년 경제자유구역 법안은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당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병원이 들어서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서 제외될 것이고,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 전용일 뿐이라고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그런데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빗장이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일단 외국인 전용 병원을 세우겠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없었다.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고서는 수익성이 낮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당시 재경부는 외국 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12월 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7월에 재개정이 추진되었다. 이번에는 국내 병원도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나섰다. 대형 병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외국 병원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고, 국내 병원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부응해 재경부는 2006년 7월 재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2007년 12월 통과된 이 법안에서 영리병원 설립 주체를 국내 의료법인까지 허용했다. 영리병원의 설립 주체를 ‘외국인’에서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설립한 국내법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의료자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 지분 50%를 끼고서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실제 병원은 들어서지 않고 있는데, 규제를 완화하면서 법안만 자꾸 바꾸는 형국이다(30~31쪽 딸린 기사 참조).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처음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문제가 나왔을 때 시민단체가 염려했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외국인이 설립해 외국인만 진료하겠다는 것이 지금은 국내 자본도 합작 형태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은 6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강원도만 빼고 전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25쪽 딸린 기사 참조).
“참여정부, 영리병원 추진한 적 없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영리병원 문제로 정부와 각을 세워온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민주당도 영리병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고 지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참여정부 때나 이명박 정부 때나 경제 부처의 논리는 비슷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2007년 4월의 한 인터뷰를 예로 들었다. “지금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진표 의원은 교육·의료 서비스 분야의 개방이 미진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2단계 한·미 FTA가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또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 송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참여정부 때부터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참여정부가 영리병원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에 영리병원을 추진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한 김용익 서울대 교수는 “경제 부처는 의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주장을 계속했다. 또 전문 병원장들은 자본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지지했다. 어느 정부에서나 각 부처에서 의견을 낼 수 있다. 최종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등 최종 단계에서 영리법인 정책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의료산업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층 강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영리병원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또는 폐지,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 민영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2008년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의료보험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다가 2009년 3월 기획재정부가 영리법인 병원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의료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산업이 1인당 부가가치가 제조업의 1.8배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3.3배 큰 산업(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2월 ‘의료서비스 산업 고도화와 과제’)인 만큼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논리였다. 의료를 산업화하게 되면 보험 산업이 성장할 수 있고, 해외 환자 또한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 부처의 오래된 경제 논리였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의료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하는 이들에게 ‘뭔 걱정이 그렇게 많냐’는 투로 대답했다. 윤증현 전 장관에 이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리병원 전도사’ 바통을 넘겨받았다. 최근 그는 ‘영리병원 도입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깔딱 고개’라고 표현했다.
세 번째 축: 청메포럼 등 보수 학자
경제 부처, 보수 언론과 더불어 영리병원을 주창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보수적 보건의료학자 그룹을 들 수 있다. 이규식 교수(연세대)를 필두로 정상혁(이화여대·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기효(인제대)·정기택(경희대) 교수 등이 대표적 의료시장주의자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을 ‘이규식 사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뉴시스 영리병원 주창자들은 의료서비스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한다. 위는 영리병원 도입 반대 집회. |
이규식 교수 등은 ‘의료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원장으로 있는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2008년 10월 설립되었다. 이 연구기관은 설립 배경과 지향 목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의료를 21세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진화시키자는 의견을 의료 영리화론이나 건강보험 민영화론과 같은 왜곡된 논리로 무력화시키는 실정이다. 정부도 건강보험 민영화론이나 의료 영리화론에 대해 눈치만 살피고 있다. 보건의료제도를 선진화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의료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21세기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 틀을 시장경제 원리와 조화시키도록 한다.”
이규식 교수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5년께부터 경만호 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구성한 ‘청메포럼’에 참여한다. 포럼의 명칭을 이명박 당시 시장이 직접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호인 ‘청계’와 메디컬(medical)을 합한 이름이다. 이들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청메포럼 안에 이규식 교수 등이 정책팀을 구성해 정책을 생산했다. 2007년 11월 당시 이명박 후보는 청메포럼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의료를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로 함께 만들어보자”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보수적 보건학자·의료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만호·이규식·정상혁·정기택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과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김성이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보건의료계 인사들과 첫 번째로 만났던 외부 행사가 바로 청메포럼이 주최한 간담회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메포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낯선 이름일 수 있다.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던 것은 이 정부가 보기에도 이들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인 시장 정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로 정치적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의료 시장화론자들이 여전히 보건의료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드러나지 않는 보건의료 파워집단으로 기능한다는 말이다.
네 번째 축: 삼성
보건의료 시민단체가 영리병원 등 의료 민영화를 주창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축으로 꼽는 곳이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인천 송도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 중이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민간보험(삼성생명), 원격진료 정보망 구성(삼성SDS), 원격진료 단말기(삼성전자), 송도국제병원(삼성증권·삼성물산) 등 의료 민영화 조처라 부를 만한 사업에 삼성 계열사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통과되면 가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삼성이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포함한 보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를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28~29쪽 딸린 기사 참조).
8월 임시국회는 이 오래된 영리병원 논쟁의 대결장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말로 가면 예산안 문제와 내년 총선에 대한 부담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이 영리병원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영리병원 주창론자들에게 8월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같은 영리병원 ...미국에서 월 4인가족 의료보험이 월 100 만원이상...의료보험 없으면 맹장수술 몇천만원 듭니다.....미국 의료보험 체계 현재 파탄입니다. 파탕인 미국의료보험을 따라가려하니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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