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일고있는 이른바 ‘정상회담 구걸 파문’을 예견한 듯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연내용이 소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에게 ‘노스트라다무현’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던 과거의 ‘예언’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말들을 생전에 남겼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인터넷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노무현 예언’은 지난 2007년 6월 2일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한 연설이 담긴 동영상을 일컫는 것. “만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일이 생길까”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집권 이후의 상황을 마치 예언자처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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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동영상 캡쳐 |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과 행동, 말과 행동이 다른 주장이 너무 많아서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상황을 비판한 것이지만 최근 동남권 신공항 공약파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에서 보여준 이명박 대통령의‘갈짓자’ 행보와도 연결지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내놓은 ‘반값등록금 정책’에서 나타난 양상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법인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 세금 어디서 거둘 것인가? 이만큼 세출을 줄일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만큼 복지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말은 지난해 말 한나라당이 올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면서 복지예산을 삭감한 부분과 들어맞는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 이런 말을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경제가 피폐해졌음에도 현 정부가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을 예언한 듯 하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우리 언론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눈을 감으면 항상 눈에 선한데 저는 이것은 눈을 감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는 말도 남겼다. 최근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미화 씨 하차압력 논란, PD 수첩 제작진들에 대한 발령조치 등과 연결지어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기자실이 살아나고, 돈 봉투가 살아나고, 청탁이 살아나고, 띄워주기, 덮어주기, 권언유착이 되살아나고, 가판이 되살아나고, 공직 사회는 다시 언론의 밥이 되고, 공무원의 접대 업무도 되살아나고, 자전거일보, 비데일보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언론 자유가 신장되고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니까 권언유착이 부활하니까 민주주의는 후퇴한다”며 “그러면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고도 밝혔다.
마지막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노 전 대통령은 “아무런 역사 의식도 비전과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며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당과 후보가 이 모양이니 그 사람들이 집권하면 나라일도 걱정이고 힘 없는 사람들의 일은 더욱 걱정”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지난 2008년 10월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강연에서 현 정부를 향해 “분명한 것은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좀 초조해 보인다”며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게’ ‘퍼주고’ ‘끌려 다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해 또 하나의 ‘예언’을 남겼다.
‘10월 유신’ 예견한 김대중…‘예언실패’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유명한 예언을 한 바 있다. 지난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에는 박정희 씨의 영구집권의 총통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소한 것이다. 1년뒤 박정희 정권은 ‘10월 유신’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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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방송화면 캡쳐 |
예언은 아니었지만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내가 정권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버는 사람은 적게 내는 동시에 돈이 많다고 해서 나라와 사회의 형편도 생각하지 않고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행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참여정부는 종부세 정책을 내놓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공약이었던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며 “만일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박희태 대표는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라고 비꼬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김대중 씨”라고 부르며 “침묵을 지켜주는 것만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도와주는 길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오랜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비난에 가세했다. 당시 그는 개인성명을 통해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틈만 나면 평생 해오던 요설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자신의 오랜 라이벌을 비난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정치적 제자인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대승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여당의 참담한 패배로 나타났다. 승리를 점치던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남도에서도 야권이 승리했다. 예언이 실패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러시아 방문 중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그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대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이 사람과 둘이서 만나면 '당신이 틀림없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염두하고 있는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이며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가까이 뒀던 사람이라는 점도 전했다. “한나라당 재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왔다. 과연 김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예언’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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