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국가 반란 꾀한 자를… 국립묘지의 눈물안현태, 유학성, 김창룡 등 안장… 국가보훈처·국회, 국립묘지법 개정 요구 외면
하지만, 그는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등) 위반으로 1997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복역 중 사면됐고 잔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곧이어 복권도 이뤄졌다. 징역형을 선고받자마자 사면(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과 복권(법률상 상실된 자격과 권리를 다시 찾음)까지 이루어졌으니 법이 ‘있으나 마나’가 돼 버렸다.
심의 과정도 석연치 않다.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일부 심의위원들이 안씨의 서면심의에 반발하며 위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는데도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 관계자가 일부 민간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씨의 국립묘지 안장 찬성을 종용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개입한 것은 큰 문제”라며 청와대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반란을 꾀한 사람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데다, 정권을 찬탈한 전 대통령은 현충원장을 집례관으로 내세우며 쿠데타 주역의 묘소를 버젓이 참배하고 있는 것이다.
김구 선생 ‘실질적 암살 지령’ 내린 김창룡도 현충원에 안장
대전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일제시대 일본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투사를 잡아들이고 해방 후 양민학살과 김구 선생 살해를 사주하는 등 반민족 행위를 저지른 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있는 것은 애국지사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현태 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자 5·18기념재단 등이 나서 권위주의·독재시대에 중대한 인권침해나 국가폭력 행위 가담자, 권력형 비리자 등에 대해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국립묘지법 개정 움직임, 국가보훈처·국회 주목해야
5·18 관련 단체와 시민들의 국립묘지법 개정 움직임에 국가보훈처와 국회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마이뉴스 / 심규상 / 2011-08-08)
▲ 군사쿠데타 주역 안현태가 기습 안장된 대전 현충원. 8일 오전 대전 지역 단체들이 이장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재완 |
▲ 안현태 전 대통령 경호실장의 발인식에서 예비역 군인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 안현태 씨가 6일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제2묘역에 안장됐다. 안씨는 육군 소장 출신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냈다. 단지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행히 국립묘지령은 전역 및 퇴역한 예비역 대상자 중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는 자’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하고 있다.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된 사람’도 안장을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안씨의 경우 ‘사면 복권’을 내세워 불허조항을 거뜬히 통과했다.
문제는 안씨의 경우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안씨가 안장된 대전 국립묘지 장군묘역에는 유학성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의 묘역이 자리 잡고 있다. 유씨는 12·12 당시 수경사 30경비단 모임에 참석한 12·12 핵심인물로 지목돼 군 형법상 반란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복역 중 병세가 악화돼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돼 생활하다 숨졌다.
당시 국방부는 ‘형 확정 전 무죄추정’과 ‘피고인 사망 시 공소기각’이라는 법리를 내세워 유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했다.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종종 유씨의 참배에 나섰고, 그때마다 대전현충원 측은 참배급수를 A급으로 정하고 현충원장이 직접 집례관으로 나서왔다.
김구 선생 ‘실질적 암살 지령’ 내린 김창룡도 현충원에 안장
▲ 현충일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유학성 전 의원의 묘지 앞에 국군기무사령관(오른쪽 4번째) 등 이름으로 놓인 조화(2007년) ⓒ심규상 |
▲ 대전현충원내 김창룡 묘(왼쪽)와 지근거리에 있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락원 여사의 묘소. 매년 곽 여사의 묘소에는 3.1여성동지회가, 김창룡 묘에는 국군 기무사령관의 조화가 놓여져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2005년 현충일 때 모습 ⓒ심규상 |
국립묘지에 5공 인사들을 함께 안장한 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0여 년간 현충일 때마다 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된 김창룡 육군중장의 묘(69번)의 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함경남도 영흥 태생으로, 일제시대 관동군 헌병대 정보원, 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원,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 육군특무부대장 등을 지냈다. 지난 1992년에는 안두희에 의해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됐다.▲ 군사쿠데타 주역 안현태가 기습 안장된 대전 현충원. 8일 오전 대전 지역 단체들이 이장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재완 |
김창룡 묘에서 약 400여 미터 떨어진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2묘역에는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락원 여사와 큰아들 김인 선생이 안장돼 있다.
매년 현충일에는 김창룡의 묘 앞에는 육군특무부대의 후신인 육군기무사령관의 조화가, 김구 선생의 어머니인 곽락원 여사의 묘 앞에는 3·1여성동지회의 조화가 각각 놓여 추모객마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립묘지법 개정 움직임, 국가보훈처·국회 주목해야
▲ 대전현충원 김창룡 묘 앞에서 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2007년) ⓒ심규상 |
이와 관련 단체들이 꼭 알아야 할 일이 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립묘지법 개정청원서를 제출하고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수차례 상정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내란·외환죄를 범하거나 친일반민족 행위를 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했고, ‘이미 안장된 경우라도 이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와 국회는 이 개정안을 외면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