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 그린스펀 "미국은 돈 찍어내면 돼"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Fed) 의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은 언제나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채무에 대해서도 다 원금과 이자를 지불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NBC-TV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따라서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은 제로(0)"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은 사실상 상대적으로 잘 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이탈리아가 문제에 빠지기 전까지 진전이 있었다"며 이번 위기 발발의 책임을 유럽으로 떠넘기기까지 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인 6%대로 오르며 취약성을 드러내자 유럽 내에 대규모 문제가 야기된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쉽게 구제할 수 없고 사실상 구제가 불가능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며 이탈리아 파산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킨 데 대해 항변을 하는 과정에 나온 것이나,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강도높은 국가부채 감축 노력 대신에 윤전기를 돌려 위기를 봉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으면서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유럽 3위 경제국 이탈리아를 구제불가능 국가로 규정한 것은 향후 국제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미국과 유럽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때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하던 그린스펀은 10년전 9.11테러가 발발했을 때 초저금리와 자금 방출로 글로벌 거품을 만들어낸 주역이었으며, 그 결과 2008년 서브프라임 거품 파열에 따른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경제를 공황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당시 그의 후임인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은 초저금리와 자금 방출이란 그린스펀 정책을 답습해 미국 금융위기를 재정위기로 전이시킨 결과, 이번에는 미국 재정위기가 폭발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결과를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달러 윤전기가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그린스펀 발언은 이미 달러기축통화 체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달러화를 찍어내 위기를 넘기겠다는 극도로 자국이기주의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어서, 향후 세계적 규모의 환율전쟁 발발이라는 최악의 보호주의 시대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특히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발후 해마다 얼마나 많은 달러화를 찍어내는가를 '국가 기밀'로 규정한 뒤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달러화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어, 그린스펀 발언은 달러에 대한 불신을 더욱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