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혁신안이 통과되고, 문재인 대표 재신임 안건도 당 중진연석회의의 철회요구와 의총의 동의로 사실상 추인되고 나서 제1야당의 분열과 내홍도 사그라지는 듯했다. 오랜 진통 끝에 모처럼 야당이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대정부투쟁의 전열을 정비하여 포문을 열자 이에 화답하듯 당 지지도는 급상승하고 반대로 여권이 공천문제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추석이후 여론의 추세는 야권의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흐름이 가시화되기 시작되었다. 리얼미터와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박정희와 격차를 더 벌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도가 1위로 발표되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합치면 과반이 넘어서 현재 차기 야권대선후보의 지지도 합산지표와 더불어 이후 총-대선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흐름에 기어이 찬물을 뿌려대는 한심한 작태가 또 자행되고 있다. 이번에도 여전히 김한길, 박지원이 나서고 안철수와 박영선이 앞장섰다. 문재인으론 총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천정배, 박주선, 손학규 등도 참여할 수 있는 통합전당대회를 조기개최해서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단한 선심을 쓰는 양 문재인도 다시 재출마할 수 있단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6개월간의 지리한 소모전을 이제 겨우 끝내고 정당혁신과 민주적 공천을 실천해야 할 단계에 이를 책임지고 집행할 당대표와 지도부를 교체하자고? 도대체 제 정신인가? 그럼 지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이루어낸 혁신과제는 어찌하자는 건가? 또 슬그머니 폐기처분하고 나눠먹기 공천으로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자고? 안철수의 제2의 혁신안 제출은 혁신을 위한 것인가 혁신을 막기 위한 것인가? 왜 이리도 야당이 제자리 잡고 야당다운 일을 해볼라치면 어김없이 물을 뿌리고 초를 치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작태가 지속되는가? 진짜 혁신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수개월간의 논의과정엔 왜 일언반구 함구했었나? 11차례나 혁신안을 제출할 때는 입 처닫고 있더니 이제 혁신호가 출범하여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려니 길을 막고 재를 뿌리나?
특히 박영선의 조기전대 주장은 그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 혁신안을 둘러싸고 당내분이 최고조로 치달을 때 그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안철수를 불러서 대담하는 자리에서 예의 세월호 협상과정에서 당내 강경파들의 주장 특히 문재인의 동조단식에 대해 비판했다. 협상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수사권포기라는 굴종적 입장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유족에 동조한 친노강경세력에 돌리다니? 진상규명이라는 제1원칙을 보상 문제로 둘러치기해서 세월호 특별법의 수사권이란 이빨 빠진 고양이로 만든 게 누구인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이어지고 있는 박영선의 정당운영의 기초인 컨센서스(합의)를 허무는 뜬금없는 조기전대 소집이라는 주장은 과연 그가 민주적 절차를 알기 조차하는지 의심스럽다. 분명히 문재인은 당원과 국민의 투표로 정당히 2년 임기를 보장받은 당대표다. 그가 온갖 비주류들의 터무니없는 해당행위와 방해를 원칙으로 극복하고 여론과 의총의 재신임을 받은 지 불과 보름 남짓이다. 도대체 당의 공식 루트가 아닌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당대표의 권위에 도전하고 국민적 신뢰를 고의로 깨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주장에 무슨 실익과 실현가능성이 있는가? 그저 소수에 불과한 이견그룹의 존재를 종편을 통해 증폭시켜 혁신을 방해하고 공천 물갈이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여권의 분열상을 덮고 야당이 더 이전투구라는 조중동과 공중파의 선전에 기름을 부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잘해야 해체주의적 발상이고 냉엄히 말하면 여당인 새누리와 박그네 정권을 돕는 이적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가 ‘빅 텐트’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통합의 대상으로 보는 인사들은 또 어떤가? 당이 자기를 천거해주기를 요구하며 그토록 비판하던 전략공천을 해주지 않자 탈당한 천정배, 이명박의 4대강에 적극 찬성하여 시민의 원성을 사다 탈당한 박준영, 종이유령당원을 모집하다 가 자신의 지지자가 자살까지 하는 사건에도 반성은커녕 박그네 지지를 선포하려던 박주선 그리고 한나라당 뉴-라이트 멤버로 일약 야당대표까지 지내다 보궐선거 낙선으로 은퇴한 손학규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천하의 정동영! 이런 사람들에 대해 혁신위는 정당한 사유없이 탈당한 경우로 보아 복당을 불허할 것을 천명했다. 모두다 민주적 절차주의라는 정당원칙을 보리개떡보다 쉽게 먹어 해치우는 인사들이 아닌가? 최근엔 이들의 신당놀음에 배신의 아이콘 김민석이 합류했다 한다. 모두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하며 새정련을 낡은 운동권의 진보좌파세력으로 낙인찍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여기에 최근 정대철과 친박 서청원이 손을 잡고 이들을 포괄하려는 시도까지 보이고 있다.
드디어 한국도 지역주의의 껍데기를 쓰고 숨어있던 보수 대 진보의 계급정당이 출현하는 것인가? 호남의 수구정치세력이 중도의 탈을 쓰고 영남의 수구와 손을 잡으려 하는가? 김대중과 노무현의 줄기찬 야권통합노선에 정반대로 가는 뻘짓을 하면서도 입으론 DJ계승을 말하고 리틀 DJ가 되겠단다. 두 분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제일 먼저 규탄하고 통탄해할 분열적 작태를 노골적으로 그것도 집요하게 벌이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러니 호남에서도 이들 세력에 대한 지지도가 총합 10%에 머무르는 것이다.
문재인만 끌어내리면 정권교체도 총선승리도 따논 당상이자, 받아 논 밥상이라는 건가? 당신들의 통합의 대상엔 문재인을 지지한 소위 친노세력은 배제되는가? 도대체가 이런 식의 적대적 전략으로 대립을 증폭시키는 정치적 진의는 무엇인가? 정말 충심이라면 정치적 판단력이 지진아 수준인 것이고 다른 의도가 있다면 그 배후가 궁금하다. 누구인가? 이토록 집요하고 치밀하게 야권분열을 조장하는 당신들 그 세력의 배후가 진정 누구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헬조선에서 고통받는 대다수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는 거다. 더 이상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 줄 여유도 없다. 실낱같지만 제발 제대로 된 세력이 똘똘 뭉쳐서 저 강고한 기득권 성채를 허물고 숨을 쉬고 살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우나 고우나 야권이 절차에 따른 방식으로 통합하고 혁신으로 일신하여 총선과 대선에서 1대1의 대결구도로 기득권수구의 아성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들 이제 적당히 해라. 그 정도면 댁들도 할 만큼 했다. 국민들의 인내력도 바닥이 드러났다.
非盧, 이카루스여! 여기서 안 철수하면 당신들에게 남은 건 추락뿐이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