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을 보도한 MBC의 10월 3일 ‘국감 후반전 여전히 구태’ 보도의 한 장면. 고 이사장의 문제 발언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사상검증 하듯 증인을 다그친다"고 비판했다. | |
ⓒ MBC |
분명히 TV 뉴스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와 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불특정 다수의 법조인들을 '김일성 장학생'으로 매도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국정감사 발언과 그 파장을 당신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만약 MBC 뉴스만 봤다면 말이다.
MBC 누리집과 포털 검색 결과, 고 이사장의 문제 발언이 나온 지난 2일부터 9일 정오까지 MBC는 고 이사장의 국정감사 발언 내용 관련 보도를 단 한 건 내보낸 걸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S가 관련 보도를 10건 낸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MBC가 냈던 한 건도 사안의 핵심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 담겨 있다.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지난 3일 '국감 후반전 여전히 구태'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고 이사장의 문제 발언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고성이 이어지면서 파행을 겪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라는 앵커 발언에 이은 보도는 "사상검증을 하듯 증인을 다그친다", "역사관을 문제 삼은 의원은 호통을 친다"며 야당 의원들과 고 이사장의 문답 장면을 내보냈다. 이 보도는 "현안이나 정책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기자 말로 마무리됐다. 고 이사장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관과 이를 국정감사장이라는 공적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는데 대한 비판은 없었다.
MBC 뉴스의 보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방문진이 공영방송이자 주식회사인 MBC의 대주주로서, MBC의 사장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영주 파문'에 대한 현재 MBC의 보도 태도는 왜 이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 있어서는 곤란한가를 역설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다.
원래부터 MBC가 방문진 관련 사안에 이런 태도를 보인 건 아니다. 과거 방문진 이사장이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때 MBC는 할 말을 했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2015년 '고영주 파문'과 2010년 '김우룡 파문'
▲ 고영주 현 방문진 이사장(사진 왼쪽)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두 이사장 모두 재직 당시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를 보도하는 MBC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 |
ⓒ 남소연·권우성 |
오래 전도 아니고 딱 5~6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MBC가 했던 방문진 이사장 관련 비판보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과 함께 취임한 김우룡 이사장 선임 소식을 전한 2009년 8월 1일 보도는 이사진 선임 내용 외에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비판을 실었다. 당시 보도는 "이와 관련해 MBC 노조는 성명을 내고, 현 정권의 탄생과 정책홍보에 앞장선 인물이 다수 포함됐다며 이는 정권이 공영방송 MBC 장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라고 마무리됐다.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방문진이 MBC 임원 인사를 강행하자 이에 반발해 엄기영 사장이 사퇴했던 당시에도 MBC는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라고 보도(2010년 2월 8일)하며 방문진을 비판했다.
<신동아> 2010년 4월호에 MBC의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김 이사장의 발언이 실렸을 때도 달랐다. "엄(기영)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는 발언, "큰 집(청와대)도 (김재철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라는 발언이 정국에 파장을 일으켰고, MBC도 당연히 이에 대한 보도(2010년 3월 18일)를 냈다. 김 이사장에 대한 MBC 사측의 법적 대응 의지와 유감 표명 내용을 전한 MBC는 다음날 보도에서는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정권의 MBC 장악 음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추진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랬던 MBC가 지금은 전혀 다르다.
▲ 지난 2010년 3월 19일 MBC의 보도 장면. MBC 인사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가 나오자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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