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투기가 총체적인 위기이다. 위기의 양상은 총체적이면서도 다차원적이다.
먼저 7조3000억 원을 투입해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F-35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최종 가격도 아직 안 나왔고, 작전 성능 요구도 충족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로 인해 한국이 2020년을 전후해 도입하기로 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더구나 F-35는 도입이 완료돼도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 록히드마틴과 펜타곤은 F-35의 운영 유지비가 기존 전투기보다 낮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를 근거로 펜타곤은 도입 예정인 2443대의 55년간 운영 유지비를 구매가의 약 3배인 1조 1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F-35 공동 개발국이자 최대 구매국 가운데 하나로 예상되었던 네덜란드가 시제기를 사용해보니 운영비가 F-16보다 60%나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당초 85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에서 37대로 대폭 축소했다. 이를 놓고 보면 미국의 F-35 운영 유지비는 구매가의 3배가 아닌 4배 안팎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국의 F-35 운영 유지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7조 3000억을 들여 40대를 도입하면, 운영 유지비로 약 40조 원은 족히 소요될 것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 교체로 인한 '안보 공백' 우려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자국의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교체하기로 하고, 한국에도 이를 통보했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들 시스템을 교체해야 할 무기 체계만도 3200개에 달하고, 전체 비용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이후에 운용할 전투기도 모두 해당된다.
미국의 이러한 계획은 '통합형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체제(IAMD)'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과 영국군 전투기가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미국 내에서는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합하고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합참과 펜타곤은 2013년에 IAMD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 등 동맹국도 이 전략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딜레마가 발견된다. 한미 연합 작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소요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을 그 대가로 치러야 한다.
세 번째는 최근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다. 논란의 발단은 미국이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광학 표적 획득 장비, 전자전 장비 체계 통합 기술 등 4가지 분야의 기술 이전을 불허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들 기술은 KF-X 사업의 핵심 기술로 간주되고 있어, 사업 추진의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러자 인터넷 공간에선 '미국이 갑질한다'며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데 F-35 도입 조건으로 미국이 상기한 네 개 핵심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록히드마틴은 상기한 네 가지 기술 이전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이었고, 한국 국방부는 기술 이전의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에 제대로 문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실 미국의 대외 군사 판매(FMS)의 핵심적인 취지는 자국의 첨단 군사 기술 보호에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F-35 도입을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이전 받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일이었다.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당국은 F-35 구매 결정을 내렸고, 또한 기술 이전을 전제로 KF-X 사업도 공식화하고 말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전투기 사업의 악순환을 발견하게 된다. 당초 F-35는 가격이 너무 비싸 3차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탈락한 기종이었다. 그런데 2013년 8~9월에 갑자기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를 미국에 타진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로 인해 전작권 재연기와 F-35 도입 결정 사이에 '비정상적인 빅딜'이 성사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국 전투기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결정적인 사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몸통은 당시 F-35 도입 결정을 주도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당시엔 국방장관)을 비롯한 청와대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벌이겠다는 전투기 사업 조사의 핵심 대상은 방위사업청과 같은 하급 기관이 아니라 청와대 자신이 돼야 한다. 탈락한 F-35가 부활한 사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F-35 도입 결정 당시 핵심기술 이전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김관진 실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투기 사업 자체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KF-X 사업뿐만 아니라 F-35 도입 사업도 포함되어야 한다. 전투기 사업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비정상적인 F-35 도입 결정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7조3000억 원을 투입해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F-35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최종 가격도 아직 안 나왔고, 작전 성능 요구도 충족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로 인해 한국이 2020년을 전후해 도입하기로 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더구나 F-35는 도입이 완료돼도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 록히드마틴과 펜타곤은 F-35의 운영 유지비가 기존 전투기보다 낮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를 근거로 펜타곤은 도입 예정인 2443대의 55년간 운영 유지비를 구매가의 약 3배인 1조 1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F-35 공동 개발국이자 최대 구매국 가운데 하나로 예상되었던 네덜란드가 시제기를 사용해보니 운영비가 F-16보다 60%나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당초 85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에서 37대로 대폭 축소했다. 이를 놓고 보면 미국의 F-35 운영 유지비는 구매가의 3배가 아닌 4배 안팎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국의 F-35 운영 유지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7조 3000억을 들여 40대를 도입하면, 운영 유지비로 약 40조 원은 족히 소요될 것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는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 교체로 인한 '안보 공백' 우려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자국의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교체하기로 하고, 한국에도 이를 통보했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들 시스템을 교체해야 할 무기 체계만도 3200개에 달하고, 전체 비용은 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이후에 운용할 전투기도 모두 해당된다.
미국의 이러한 계획은 '통합형 방공 및 미사일 방어 체제(IAMD)'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과 영국군 전투기가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미국 내에서는 피아 식별 장치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합하고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합참과 펜타곤은 2013년에 IAMD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 등 동맹국도 이 전략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딜레마가 발견된다. 한미 연합 작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소요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제(MD)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것을 그 대가로 치러야 한다.
세 번째는 최근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다. 논란의 발단은 미국이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광학 표적 획득 장비, 전자전 장비 체계 통합 기술 등 4가지 분야의 기술 이전을 불허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들 기술은 KF-X 사업의 핵심 기술로 간주되고 있어, 사업 추진의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러자 인터넷 공간에선 '미국이 갑질한다'며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런데 F-35 도입 조건으로 미국이 상기한 네 개 핵심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록히드마틴은 상기한 네 가지 기술 이전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이었고, 한국 국방부는 기술 이전의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에 제대로 문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실 미국의 대외 군사 판매(FMS)의 핵심적인 취지는 자국의 첨단 군사 기술 보호에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F-35 도입을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이전 받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은 일이었다.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당국은 F-35 구매 결정을 내렸고, 또한 기술 이전을 전제로 KF-X 사업도 공식화하고 말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전투기 사업의 악순환을 발견하게 된다. 당초 F-35는 가격이 너무 비싸 3차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탈락한 기종이었다. 그런데 2013년 8~9월에 갑자기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를 미국에 타진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로 인해 전작권 재연기와 F-35 도입 결정 사이에 '비정상적인 빅딜'이 성사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국 전투기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결정적인 사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몸통은 당시 F-35 도입 결정을 주도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당시엔 국방장관)을 비롯한 청와대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벌이겠다는 전투기 사업 조사의 핵심 대상은 방위사업청과 같은 하급 기관이 아니라 청와대 자신이 돼야 한다. 탈락한 F-35가 부활한 사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F-35 도입 결정 당시 핵심기술 이전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김관진 실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투기 사업 자체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KF-X 사업뿐만 아니라 F-35 도입 사업도 포함되어야 한다. 전투기 사업이 이렇게 망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비정상적인 F-35 도입 결정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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