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경기도 동두천시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경기북부진보연대와 동두천시민연대, 동두천여성상담센터 등 시민단체 대표 10여명은 30일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살인·강간 등 12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부대에 복귀하더라도 구속수사할 수 있도록 소파를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여성연대도 이날 서울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1년 개정된 소파 22조 5항은 살인·강간 사건을 저지른 주한미군 현행범에 대해서만 한국이 구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소파 개정을 요구했다.
주한미군 지위협정은 1966년 체결돼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개정됐다. 2차 개정에서 한·미 양국은 살인과 강간, 방화, 마약거래 등 12개 중대범죄에 대한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기를 ‘재판 종결 후’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기고, 가해 주한미군이 살인이나 강간 혐의로 현장에서 한국 경찰에 체포될 경우 미군 쪽에 신병을 인도하지 않고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선 가해 미군이 성폭행 뒤 부대로 돌아갔다가 불려와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기소 시점에 가서야 구금할 수 있다.
정부는 협정 재개정을 논의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태도다. 정부 당국자는 “2차 개정으로 한국의 사법주권은 대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독일의 경우 여전히 재판에서 형이 확정돼야 구금할 수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번처럼 가해자가 분명한 사안도 기소 시점까지 구금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간단한 조사만 마친 뒤 가해 미군을 주한미군 쪽에 인도했다”며 “초동수사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소파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원제 박경만 박태우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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