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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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방송 인터뷰를 엮어 <혁신교육 내비게이터 곽노현입니다>를 출간했다.
<혁신교육 내비게이터 곽노현입니다>에는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육이야기'가 부제로 달렸다. 이 책은 지난 2014년 곽노현 전 교육감이 진행했던 교육전문 팟캐스트 '나비 프로젝트'의 인터뷰 중 '지금도 살아있는 교육현안'이나 '교육정책의 쟁점'들을 중심으로 골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방송 인터뷰 뒷이야기와 함께 최근 벌어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6일 삼청동에 있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연구실을 찾았다. 다음은 곽 전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곽노현이 매주 1시간씩 인터뷰한 내용, 책으로 출간했다
▲ <혁신 교육 내비게이터 곽노현입니다> 표지그림 | |
ⓒ 맘에드림 |
"많이 팔린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웃음). 근데 책 읽은 사람들은 술술 읽히고 내용이 좋다고 입을 모으던데요. 교육 현안들을 이해하는 데는 제일 좋다고 적극적으로 평가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서문을 보니 출판을 하게 된 계기가 출판사 대표의 권유 때문이라고 했어요. 권유가 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아주 좋았어요. 인터뷰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잖아요, 매주 1시간씩 인터뷰를 하려면 최소 15시간 이상을 써야 해요. 1년이면 700시간 이상을 쓴 것이거든요.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주제를 골라서 어떤 분을 모시고 인터뷰를 할지 정하고 어떻게 진행해서 그분의 전문성을 뽑아낼지를 고심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방송을 내보냈더니 시청자가 기대만큼 많지 않았어요. 쏟아 부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작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연락을 받아서 지금까지 노고가 수포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정말 좋았죠."
- 아마 인터뷰어보다는 인터뷰이를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 어땠어요?
"인터뷰 당하는 입장에선 꼭 인터뷰어가 원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인터뷰어가 판을 깔아주고 틀을 짜주지만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못 할 때가 있어서 요령껏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해요. 저 스스로 인터뷰이 경험을 많이 갖고 있어서 제가 모신 분들이 질문에 바로 답변 안 하시고 우회를 한다든지 다른 얘기를 해도 별로 짜증이 안 나더라고요.
인터뷰하며 절실히 깨달은 건 준비할수록 내용이 충실해진다는 거예요. 인터뷰이는 그 방면에 전문가라서 지식과 경험이 엄청난 거예요. 그걸 인터뷰어가 어느 정도는 미리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면 인터뷰가 물 흐르듯 흘러요. 그러나 준비가 부족하면 그분이 가진 내용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누가 봐도 잘된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준비가 잘된 인터뷰라고 생각해요."
- 첫 인터뷰 기억하세요?
"네, 기억나죠. 생방송이었어요. 긴장됐지만 시작하니 거침없이 이끌게 되었어요. 조금 미안했던 것은 보통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는데 즉흥적인 질문으로 가게 됐거든요. 그런데도 인터뷰이가 워낙 훌륭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래서 고맙게 생각해요. 인터뷰는 될 수 있으면 질문지대로 가는 게 좋은데 저는 모든 인터뷰에서 사전 질문은 반 정도만 소화하고 나머지는 말씀을 듣고 그때그때 질문 드리는 방식을 택했어요."
- 어떤 인터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회당 2~3명을 인터뷰해서 모두 100분을 넘게 했는데 그중에서도 혁신중학교 학생회장, 부회장 팀과 한 인터뷰와 혁신 고등학교 졸업생 한 명과 한 인터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두 편을 찾아 읽으시면 왜 좋다고 하는지 단박에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 그럼 가장 아쉬웠던 인터뷰는 언제예요?
"아쉬웠던 인터뷰는 스스로 준비가 덜 된 때예요. 준비가 덜 됐다는 건 상대방과 주제에 대한 이해가 덜된 것이거든요. 상대방이 쓴 글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과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눠봐야 해요. 대화로 확인하고 들은 내용으로 인터뷰 질문을 구체화하거나 보탤 수 있거든요. 그래서 좋은 인터뷰를 하려면 인터뷰이와 미리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이러면 인터뷰 내용도 깔끔해져요."
"학교 교육으로 민주 시민 못 만들면 민주주의 미래 없다"
- 책이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이 자녀교육 즉 가정교육이잖아요. 아무래도 교육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요. 기본적으로 이 책은 교육정책에 대한 인터뷰를 모은 거예요. 제 방송에서는 학부모가 아이들 심리를 이해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남상철 균형심리학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10분씩 20번 정도 자녀교육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중 가장 중요한 대여섯 편을 추려서 1장을 만들었지요.
가정이란 게 첫 번째 학교잖아요. 거기서 예절과 의식주 생활, 또 형제와 웃어른과의 관계를 다 배우잖아요. 상처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서 받는 상처가 제일 무섭고 대부분 상처는 가정에서 받잖아요. 상관없는 사람과는 관계할 일도 없으니 상처도 안 받죠. 부모가 아이들을 상처를 주지 않고 야단칠 줄 알고 아이들이 우쭐거리지 않게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할 거 같아요. 또 은근한 강요나 유인으로 아이들의 행동을 이끌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대화로 자발성을 끌어내야 하지요. 가장 기초적인 학부모 역량을 염두에 두고 1장을 마련한 겁니다."
- 자녀가 있을 텐데 그걸 들으며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반성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 장 에필로그 제목을 '이걸 학부모 때에 알았더라면'으로 잡았어요. 많은 독자가 1장에 있는 내용을 좀 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만시지탄을 느낄 거예요. 우리가 학교에선 그런 걸 배우지 못했잖아요. 학교에서 그런 내용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소 폭력적이고 강제적인, 채찍과 당근에 의한 대화와 행동방식 말고 공감과 배려에 의한 대화와 행동 방식을 첫째 가정에서, 그렇지 않으면 둘째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 몰라서 아쉬웠다고 하셨는데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른데요.
"학부모 교육도 안 받고 학부모가 되잖아요. 이게 큰 문제 같아요. 부모 교육 같은 걸 학교나 사회에서 배울 기회가 많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경우에는 아는데도 못 했다기보다는 몰랐던 게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서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해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그걸 배우지 못했고 깨우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힘들어 했을 것 같아요."
- 장 끝날 때마다 에필로그를 쓰신 게 이색적이던데.
"인터뷰만 묶어서 내려니까 부족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관통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또 인터뷰엔 담지 못했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장마다 에필로그 형식으로 덧붙였죠."
- 요즘 강연 많이 다니시는 것 같던데 어떤 주제로 하세요?
"'사람에서 시민으로, 공교육을 통한 제2의 탄생' 같은 얘기를 하고 다녀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아이를 시민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민주주의의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죠. 누구든지 아무개 집 자식으로 태어나는데 거기 머무르지 말고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의미죠.
대부분은 누구 집 자식으로 태어나 생활인이나 직업인, 소비자로 자리매김하고 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요. 우리가 전부 사회적, 정치적 존재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누구든지 그런 것을 넘어서 주권자적인 민주시민으로 자각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전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주시민성을 어디서 길러내고 확보할 것이냐면 집에선 안 길러줘요. 집에서는 '좋은 사람, 올바른 사람 되라' 정도죠. 그러므로 학교에서 민주시민성을 길러주지 않으면 민주 시민이 될 수 없어요.
민주시민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작동을 안 해요. 4년에 한 번씩 투표한다고 민주주의가 되진 않잖아요.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 데가 학교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지금의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 교육을 바꾸자는 것은 다름 아니라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학교 교육으로 바꾸자는 거지요."
"국가가 획일적 역사 강요, 전체주의적 발상"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 |
ⓒ 이영광 |
- 민주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한국 교육은 획일적으로 가르쳐요.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실제로 학교에선 획일성을 교육받아요. 우리 사회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고 획일성에 대한 강제가 강해요. 이 (사회적) 풍토가 어디서 배양되었느냐면 학교예요.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 다양성 존중보다는 집단주의적인 획일성 같은 것을 은근히 주입 받고 있어요.
학교 교육을 바꿔야 해요. 경쟁이란 게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수단과 척도를 갖고 달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걸 획일적으로 만들기 쉽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개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가려면 학교 교육부터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정부는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국가가 하나의 역사해석을 획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겠다는 건데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시대착오적이죠.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한 하나의 역사해석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힘의 논리, 승자의 폭력이에요.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라는 것은 헌법적 가치에도 반하는 거예요. 교육의 자주성은 무엇보다도 국가로부터 교육의 자주성을 의미하거든요.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건 역사학계와 교육학계의 자주성을 불신하고 사상과 학문의 자유 시장을 부정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부정하는 거예요.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예요. 한마디로 유신 시대로 회귀하는 거예요.
사실 진보언론 보수언론 할 것 없이 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어요. 심지어 국회 교육상임위에 속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절반 이상이 반대해요. 모처럼 국론통일이 이뤄진 셈이죠. 그런데도 대통령이 아버지를 위해서 밀어붙이는 중이지요. 역사학계가 왜곡을 일삼으니 정권이 나서서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역사학계와 교육학계의 양식을 믿겠습니까, 정권의 양식을 믿겠습니까'라고 시민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뻔한 거 아닐까요."
-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새누리당과 보수 측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원래 새누리당도 교육감 직선을 주장했어요. 교총은 교육장 직선까지 부르짖었지요. 그런데 막상 선거 (결과) 뚜껑을 열어보니 진보교육감 판이 되자 입장을 바꿨지요. 교육감 직선에 찬성하다가 결과가 본인들에게 불리하니까 입장을 바꾼 거란 말이에요. 우선 거기서부터 정당성이 없는 것이죠.
직선제 하지 말자는 건 민주주의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습니다. 설령 외국에선 교육감 직선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전면적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민주주의의 심화·확대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할 일이지 움츠러들 일은 전혀 아니지요. 교육감 직선제의 결과로 체벌금지·학생 인권·무상급식·혁신학교 등 전국적으로 조용한 교육혁명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요. 지금 모습대로 교육감 직선제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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