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뇌물 혐의 등으로 미국 검찰이 기소한 자신의 조카 반주현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관계에 선을 그었던 반 전 총장의 해명에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 미주 매체는 반기문 전 총장 내외가 지난 2012년 4월 21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조카 반주현 씨의 재혼 결혼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당시 참석자들을 탐문한 결과, 반 전 총장 내외는 경호원 4명을 대동하고 참석했다고 전했다. 또 한 참석자는 "많은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총을 찬 사람들이 경호하는 결혼식 참석은 처음"이라고 말하자, 반 전 총장은 박장대소하며 "(자신의) 조카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민중의소리도 해당 내용을 취재한 결과, 반 총장의 조카 결혼식 참석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15년부터 자신의 친동생인 반기상 씨와 그의 아들 반주현 씨가 경남기업이 소유한 베트남 소재 '랜드마크 72'의 매각을 둘러싸고 비리 의혹이 일자, 이들 부자와의 관계를 전면 부인해 왔다. 반 전 총장은 반주현 씨가 뉴욕 검찰에 체포돼 기소된 지난 11일에도 "깜짝 놀랐다"며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마치 반주현 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2012년 4월 반주현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해명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반주현 씨는 당시에도 부동산 관련 브로커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사기 사건 의혹에 휩싸여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결혼식 참석을 계기로 그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었다고 뉴욕 현지 한인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반주현 씨는 재혼 1년 뒤 현재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남기업 소유의 '랜드마크 72'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평소 주장대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각국 정상도 제대로 만날 수 없을 만큼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으나 자신의 친조카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지자, 마치 장성한 이후 왕래나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해명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해명이 거꾸로 반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 현지에 '반기문 조카 반주현' 이미 '파다'
"반 총장은 재혼인지도 모르고 갔다" 궤변
"반 총장은 재혼인지도 모르고 갔다" 궤변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15일, 민중의소리에 "총장에게 물어보니 결혼식에 참석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그 바쁜 와중에도 조카 결혼식까지 챙겼는데,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의 물음에 "총장은 재혼인지도 모르고 갔다"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다수의 목격자 등 여러 정황에 결혼식 참석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뉴욕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반주현 씨가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라는 사실은 이미 파다했다. 또 반 전 총장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결혼식까지 참석하자, 그의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도 많다. 공교롭게도 반 전 총장의 결혼식 참석 이후 반주현 씨 사기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사건도 원고 측의 소송 취하가 이뤄졌다. 이후 반주현 씨는 다른 부동산 업체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경남기업의 건물 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반주현 씨가 사실상 반기문 전 총장을 내세우며 이른바 '가족의 명성'을 이용했다는 것이 뉴욕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다.
뉴욕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사건이 불거지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 총장이 자신의 직위를 생각했다면, 반주현 씨가 사기 혐의 소송에 휘말렸을 때부터 그를 멀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바쁘다는 유엔 사무총장이 경호원까지 동원하며 결혼식에 참석하고서 잘 모르는 사이라고 하니, 더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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