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서 1달러 제출설 파다…당초 입찰 소극적 불구 참여에 '갸우뚱'
업계 "압박 가해온 정부입장 감안 '억지춘향식' 입찰 나선 듯"
업계 "압박 가해온 정부입장 감안 '억지춘향식' 입찰 나선 듯"
【서울=뉴시스】황의준 기자 = 현대상선이 법원의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과 관련해 입찰 들러리를 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해운이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배경에는 경쟁사로 평가됐던 현대상선이 입찰가로 단돈 1달러를 적어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대상선이 애초부터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큰 관심도 없었는데 '입찰 흥행'차원에서 보이지않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가해온 정부측의 입장을 감안, '억지춘향식'으로 입찰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현대상선이 당초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와 관련해 상당히 소극적이었다는데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즉 애초 매물로 나왔던 것은 한진해운 관련 자회사 7곳과 컨테이너선 5척, 해당 인력 등이다.
매물로 나온 선박이 6500TEU(1TEU는 6m길이 컨테이너 1개)급 소형 선박으로 경쟁에 떨어지는 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면서 영업망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 이미 미주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굳이 많은 인력을 흡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이 소극적 이유로 거론됐다.
다만 법원이 알짜자산인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매물로 추가하면서 현대상선도 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 항만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현지 최대 터미널이다.
그러나 롱비치터미널의 2대주주인 스위스 MSC가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현대상선을 다시 소극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상선이 현재 가입을 타진 중인 세계 해운동맹 '2M'에 MSC가 가입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수 있다. 2M과 롱비치터미널의 이해관계를 놓고 다투다가 MSC와 관계가 틀어질 경우 현대상선만 손해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이달 내로 2M가입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인데 만약 실패할 경우 세계 해운동맹체와의 운임, 노선 경쟁에서 크게 밀리며 시장에서 도태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매각에 참여한 것은 다소 의외로 평가돼 온 것이다.
반면 대한해운은 약 400억원 정도를 입찰가로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역시 애초 예상가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미주노선 영업망과 롱비치터미널의 가치를 각각 1000억원 정도로 봤다.
대한해운 측은 "미주노선 영업망 관련 선박과 롱비치터미널은 곧바로 매입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단 우선협상자 지위가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400억원을 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대한해운 또한 시장예상보다 크게 낮은 가격을 써냈음에도 법원이 현대상선에 예비협상자 자격조차 부여하지 않은 것은 현대상선이 현실감이 크게 떨어지는 가격을 적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있다.
현대상선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합병과 치킨게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자산 실사 후 합리적인 가격과 조건을 제시했으며 추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인수 및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fla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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