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부터는 이른바 '여객선 사고'와 관련한 소식입니다. 여기서의 여객선은 세월호를 말합니다. 세월호가 어떻게 해서 일개 여객선으로 불리게 됐는가 하는 얘기입니다. 저희 뉴스룸은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비한 대응 문건을 단독으로 보도해드렸습니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내용이 다수 들어있었습니다. 검찰은 이 문건을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과연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저희 JTBC는 또 다른 민정수석실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불과 두 달 뒤에 작성된 이 문건은 대통령이 독자로 돼 있는 맞춤형 보고서입니다. 문제는 그 내용인데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라고 칭하면서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한 투쟁을 제어해야 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작성한 뒤 민정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던 태도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먼저 이가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지고 있던 33쪽짜리 보고서 첫 장입니다.
"지지도 상승 국면에서 맞닥뜨린 '여객선 사고'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당시 60%대였던 대통령 지지도가 40% 후반대로 하락했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인용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렇게 '세월호'를 참사가 아닌 '여객선 사고'로 규정하고 대통령 지지에 미칠 영향에 집중했습니다.
정치·공직사회 분야의 보고 역시 '여객선 사고 후유증 등으로 국정 정상화 지연'이 우려된다며 정부책임론이 커지는 걸 우려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시기로 추정되는 6월 19일부터 27일 사이는 세월호 참사가 난 지 불과 두 달째입니다.
실종자 12명에 대한 수색이 한창 진행되던 때입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선 진상 규명이나 선체 인양, 희생자 가족 지원에 대한 대책이나 제언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대신 대통령에 대한 제언으로 '비판 세력이 여객선 사고를 빌미로 투쟁을 재점화하려는 기도를 제어해야 한다'며 그 방안만 길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중도 성향 가족대책위 대표와 관계를 강화해 우호적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순수한 유가족과 만나겠다"고 했다가 유족들 편가르기라고 비판받았지만, 이후에도 정부 인식은 변하지 않은 겁니다.
보고서는 특히 보수 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며 '여론 조작'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언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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