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태어났다고 계속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부당함을 참지 말고 편견에 맞서라. 영국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
‘코비니즘’에 시동이 걸렸다. 그의 출현과 승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니, 그가 메시아로 등장한 게 아니라 세상이 그를 부른 셈이었다.
30년 아웃사이더에서 영국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66)가 29일 첫 연설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선명성을 드러냈다. 59분 동안 이어진 코빈의 연설은 정치인의 화법은 직설적이고 솔직해야 한다는 그의 주관처럼 또렷하게 ‘노동당이 이끌 영국의 미래’를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시민의 60%가 철도의 재국유화에 찬성하는 반면 반대는 겨우 20%이고, 심지어 보수당 지지자들의 찬반 의견도 42대42로 갈렸다 연간 15만 파운드(약 2억8000만원) 이상 소득자들에게 50% 세금을 부과하는 ‘50p 택스(tax)’의 부활을 넘어 연소득 100만 파운드(약 18억원) 이상에게는 75%를 세금으로 거두자는 의견에 자그마치 영국 국민 56%가 찬성했다.
유권자 59%가 집세 인상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고 했으며, 대학 등록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도 49%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민 열망은 높으나 정치권에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던 예민한 사안들을 코빈은 주저 없이 공약으로 채택했다. 철도를 비롯한 주요 기간산업의 재국유화를 공약했으며, 코빈과 그의 오른팔 존 맥도넬(예비 내각의 재무장관)은 고소득자에 대한 50p 세금을 넘어 ‘60p 택스’를 주장했다.
서슬 퍼런 색깔론의 포화 속에서도 이라크를 침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한 코빈의 말에 동의한다는 응답자(43%)가 반대한다는 응답자(37%)보다 많았으니 그는 절대 과격했던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나 미디어의 해석과 달리 그동안의 노동당은 지나치게 타협적이었거나 지나치게 높은 데 있었으며 지나치게 오른쪽에 서 있었다는 얘기다.
노동당은 이날 영국 남부 브라이튼에서 당의 방향과 정책을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코빈이 당수가 된 뒤 처음 마련한 자리다. 코빈은 가난과 불평등과 불의를 체념하듯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코빈은 “역사가 동트기 시작한 이후 어떤 사람들에겐 거의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고 어떤 사람들에겐 더 많은 것이 주어졌다”며 “영향력을 가진 자들은 세상은 바뀔 수 없고 지금 세상에 동의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런 주장은 경제이론으로까지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코빈은 “정책은 보다 친절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돌보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영국은 부유한 나라이고 일하는 사람들이 더 보호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빈은 특히 보수당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 사람들(보수당)이 어떻게 영국 국민들의 안위를 논할 수 있느냐. 올라가지 않는 임금과 빚더미에 몰린 가정에 ‘안전’ 따윈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수만을 위한 보수당의 경제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자신은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사명도 부여받았다고 했다. 코빈은 수십년 동안 반전반핵운동을 펼쳤다.
노동당은 이날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민영화한 철도의 국유화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주택 공급 위기 해결과 건강보험 개혁, 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논의했다. 1990년대 신노동당을 선언하며 노동당의 보수화를 이끈 블레어 시대를 포함해 ‘과거의 노동당’과 달라질 것이라는 코빈의 ‘결심’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가디언은 코빈이 이날 낭독한 연설문의 일부는 정치자문가 리처드 헬러가 1980년대 이후 모든 노동당 당수들에게 전달했다 거절당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헬러는 인터뷰에서 “모든 노동당 당수들이 말하기 꺼렸고 4년 전 내 블로그에 올려놓은 내용인데 코빈이 선택했다”며 “그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코빈만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가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리는 절대 못 될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 노동당의 집권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1945년 총선을 복기해보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당시 아틀리의 노동당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기세등등하던 처칠의 보수당에 맞서 '주거 불안과 실업, 빈곤과 건강 문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고는 세계 최초의 무상의료를 시작으로 복지국가 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으니 주요 이슈에 관한 한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고,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보수당의 기득권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는 당시 유권자들과 지금 유권자의 생각인데, 그건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 수치를 통해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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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15
좌파가 대세인가?...英 노동당 강경좌파 ‘코비니즘' 활활 "변해야 한다. 부당함을 참지말고 편견에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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