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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15

‘세월호 영상기록’엔 왜 결정적 순간들만 쏙 빠졌을까

원인 규명에 필요한 영상들 ‘실종’
기록 없는 것 자체가 비정상
DVR 인양 시기도 의혹 투성이
‘김어준의 파파이스’ 68회, 세월호 DVR 미스터리 집중조명
교차로의 자동차 사고를 가정해보자. 누구의 과실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밝히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교차로 곳곳에 설치된 감시용 폐회로텔레비전(CCTV)나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면 사고 원인을 어렵지 않게 규명할 수 있다.
지난해 4월16일 전남 진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바다 위에는 시시티브이가 없다. 하지만 세월호는 대형 여객선이어서 주로 배 내부를, 일부는 선체와 바다의 경계를 향한 카메라들이 있고, 모두 64개의 영상이 기록된다. 이 영상들이 온전하다면, 침몰 사고 시각 즈음에 세월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사고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은 남아 있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상기록장치가 복원되었으므로 남아 있어야 할 영상인데도 침몰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결정적 부분만은 빠져 있다. ‘미스터리’인 이유다. 한겨레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 68회는 영상기록장치(DVR Digital Video Recorder) 인양 과정의 석연치 않은 점을 집중 조명한다.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하며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제작 중인 김지영 감독은 ‘파파이스’ 68회에 출연해, 공식적으로는 사고 두 달이 넘어 6월22일에 인양한 것으로 되어 있는 DVR의 조작 가능성 의혹을 제기한다.
1. 왜 결정적 장면은 담기지 않았을까
‘파파이스’에 고정출연 중인 김지영 감독은 최근 방송분에서 CCTV와 DVR에 관한 의문점을 제기해왔다. 그 첫 번째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인 만큼 복원하면 있어야 할 시간대의 영상도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바다가 가장 잘 나오는 23번 채널은 사고 전날인 15일 밤 9시50분께부터 녹화가 중단된 상태로 검은 화면에 ‘SEARCH MODE’라는 글자만 나온다. 세월호가 아무 문제 없이 정상적인 속도로 운행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채널들도 비슷한 상태다. 또 진도 VTS 관제영상을 보면 세월호의 속력이 아침 7시2분께 30초 동안 20.7노트와 0.7노트 사이를 세 차례 오가는, 서서히 속력이 오르고 내리는 배에서는 불가능한 기록이 나타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채널 세 개의 데이터도 비어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복원된 영상들은, CCTV상 아침 8시30분59초(실제 시각 8시46분께) 이후로는 더 이상 기록되지 않았는데, 선원들의 진술을 보면 그 이후 시각에도 CCTV가 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있다. 조타수 박경남이 해경 구조대 보트가 기관실을 먼저 향하는 영상을 보고 불만을 표했다는 진술이다.
2. DVR은 언제 인양됐을까
문제의 영상들은, 6월22일 해군이 인양한 영상기록장치인 DVR을 복원한 것이다. 하지만 인양을 둘러싸고도 미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나흘째인 4월19일 <중앙일보> 관련 기사를 보면, “수사본부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이 선장의 혐의를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구조작업은 구조작업대로 진행하더라도,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할 사고본부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영상기록장치인 DVR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군이 DVR을 인양했다는 당일 바지선에서 이를 목격했다는 4·16 기록단의 임유철 감독은 ‘파파이스’ 68회에 출연해 △안개가 자욱했는데도 희생자 가족들이 지켜보지 않은 상태에서 인양 작업이 이뤄진 점 △두 달 이상 바닷물에 잠겨 있었는데도 DVR이 깨끗했다는 점 △DVR을 인양했다는 해군 SSU 대원의 석연치 않은 증언과 그의 작업 과정이 담긴 카메라에 구체적인 DVR 인양 장면이 담기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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