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는 지난달 21일 “과도한 경쟁,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기사를 빌미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 등을 이유로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취재 인력 2명을 포함해 취재·편집 인력 3명의 명부 제출’에서 ‘취재·편집 인력 5명 이상의 상시고용 증명’으로 바꾸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 달 1일이 지나면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친 뒤 올해 안에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공표 직후,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 등록하는 인터넷신문들은 바로 등록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고, 이미 등록된 인터넷신문들은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
트루스토리에 따르면 야권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점환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은 제도권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추진됐다”며 “만약 등록요건을 맞출 수 없다면, 굳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을 하지 않고 언론 활동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자본력이 없으면 취재 및 보도를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신문사 운영을 때려치고 ‘블로그 활동’이나 하라는 뜻이다. 정부나 대기업이 중소언론에게 광고를 주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면서 자본력 탓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소언론이 광고를 달라고 하면 나쁜 언론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퍼붓는 이중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 핵심은 ‘어뷰징’을 핑계로, 자본력이 없는 비판 언론들은 박근혜정부에서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폐기처분 시키겠다는 수구언론들과 기득권 세력의 이해와 요구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어보자. 박근혜정권은 중소대안 언론에게 광고 한 건 조차 배정하지 않으면서 5명 이상 무조건 뽑아 임금을 지급하라는 논리는 도대체 뭘까.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는 매체들은 평생 자기 돈을 쏟아 부으라는 이야기인가.
박근혜 정부가 이처럼 원칙을 강조한다면, 인터넷신문만 5인으로 규정할게 아니라 월간지는 10명, 주간지는 20명, 지방지는 50명, 일간지는 100명 등 형평성에 맞게 요구해야 한다.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는 인터넷신문만 어뷰징을 하고 사이비짓을 하고, 다른 매체들은 깨끗한 비사이비 언론이라는 논법은 어디에서 나온 허섭스레기 발상일까.
야권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문체부의 인터넷신문 등록조건 강화 움직임을 보면 사실상 박근혜정부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언론학계로부터 나올 정도다.
정의당은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강화하는 문체부의 신문법 시행령 입법예고와 관련, 2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신문사의 상시인원을 5명 이상으로 하고,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등록을 불허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박근혜정부의 언론 옥죄기가 군소 인터넷 언론에게까지 뻗쳤다”고 비판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이번 신문법 시행령안은 언론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번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기존 인터넷신문 85%가 등록 취소될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 대변인은 “이번 정부의 신문법 시행령안은 모법을 뛰어넘는 월권이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 설립의 자유에서 시작된다. 작은 인터넷 언론은 지역에서부터, 특정 전문 분야까지 큰 매체가 다루지 않은 작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인터넷 언론통폐합’ 망상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체부가 ‘군소언론=사이버·유사 언론’이라는 왜곡된 시각을 전제로 마녀사냥 방식을 통해 인터넷신문을 위축시키면서 조중동과 종편 등 기존 대형 언론사의 입지를 높여주고, 박근혜정부의 비판적인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것.
인터넷기자협회는 한해 5명의 상시고용 인력에 드는 비용을 9000만원 정도로 추산할 경우, 연매출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인터넷신문들은 등록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이 현재 전체 인터넷신문사의 85%에 해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언론중재위원회의 ‘2014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에 실린 조정중재 신청이 가장 높은 인터넷신문을 보면 “e머니투데이가 9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선닷컴 31건, 동아닷컴 30건, 세계닷컴 29건”순이다. 자료에서 언급된 조정 신청건수가 높은 상위 16개 인터넷신문의 목록에서 작은 규모의 인터넷매체는 단 한곳도 없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개정안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다음 등 포털 뉴스를 길들여 여당에 유리한 총선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권과 언론단체, 그리고 인터넷매체들은 아무런 저항조차 못하고 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조차 없다. 정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기득권 언론들의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당국은 인터넷 신문사의 운영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가차없이 등록을 취소하는 일”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조선의 논리대로 라면 조선일보부터 등록을 취소해야 하는 게 맞다. 조선일보의 어뷰징도 그 수위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 내가 하면 로멘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이와 관련, 김준현 민변 언론위원회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정부가 1년 유예기간을 둔다고 해서 인터넷언론사 사업자들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사자들이 충분히 헌법소원 등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인터넷신문 등록제 강화가 사이비언론 척결을 빌미로 대형언론과 광고협회 등 광고주의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광고와 관련된 ‘파이 싸움’에서 중소언론에 가져가는 광고마저 대형언론이 빼앗겠다는 심리가 적용된 결과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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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15
박근혜정권 "돈 없으면 인터넷언론 때려치고 블로그나 하라" 어뷰징 핑계...인터넷신문 등록 강화로 ‘비판언론, 대안언론, 중소언론 죽이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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