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인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대기업 주식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총 500조원이 넘는 투자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특히 시황에 관계없이 협소한 국내 주식시장에 100조원을 쏟아붓도록 하는 투자배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해 수익률을 이달 초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0.2%의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은 각각 1%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우정사업본부는 5% 안팎, 행정공제회·한국교직원공제회 등도 1~3%대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평가시점인 9월1일의 코스피지수는 1914.53으로 작년 말(1915.5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른 연기금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선전을 펼치는 동안 국민연금 홀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5.5%의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역량이 다소 모자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상대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투자대상인 대기업들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됐지만 국민연금은 매년 1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야 했다. 눈덩이처럼 기금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데도 전체 자금의 20%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도록 한 기금운용위원회의 획일적 중기자금 배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우려한 ‘연못 속 고래’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은 60%로 세계 대형 연기금 중 가장 높다.
반면 국내 다른 연기금은 주식투자 금액이 수조~수천억원 수준이어서 수급 부담 없이 대형주와 중소형주 투자를 고르게 분산해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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